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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부실 저축은행 ‘폭탄 돌리기’ 안 된다

중앙일보 2011.05.31 00:22 경제 8면 지면보기






김기홍
PAMT 대표




부산저축은행 사태로 금융감독원이 연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대통령이 태극마크를 뗀 점퍼를 입고 금감원에 찾아가 혼을 냈고, 정부는 금융감독혁신TF를 만들어 개혁안을 논의 중이다. 금감원도 저축은행 담당 팀장 전원을 교체하는 등 내부 쇄신을 단행 중이다.



 해외 투자자들을 포함한 금융시장에서의 반응도 좋지 않다. 금감원이 그 정도인지 몰랐다는 반응이 많다. 한국 금융감독기구의 권위에 큰 상처가 났다는 얘기다. TF가 발표할 개선안에 대해서도 별 기대를 않는 분위기다. 감독 권한을 나누면 금융회사로선 상전만 더 많이 모시게 될 게 뻔하다는 냉소적 반응이 대부분이다. 금감원이 업계와의 유착을 끊겠다며 단행한 대규모 인사이동도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새 담당자의 업무 미숙이 더 걱정스럽다는 것이다.



 금감원이 어쩌다 이렇게 시장의 신뢰를 잃게 됐을까. 우선 감독 당국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에 대한 충분한 성찰 없이 금감원 전·현직 임직원의 비리 방지 등 미시적 대응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상호저축은행들의 부실화 가능성을 국내 금융 시장의 주요 잠재 리스크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당국은 2008년 국제금융위기와 그 이후의 지방선거, G20정상회의 개최 등 정치적 고려로 부실저축은행 처리를 미루는 ‘폭탄돌리기’를 했다는 게 그간 시장의 의심이었다. 이번 사태로 그 의심은 사실이었음이 증명됐다. 금감원이 수년간 부산저축은행의 부실 징후를 못 찾은 것이 아니라 안 찾은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금감원 임직원들은 감독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고민하고 저항하는 용기를 보여주지 못했다. 통치권도 금감원의 그러한 역할을 원하지도, 용납하지도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금감원 실무자들의 부정에는 이런 정황과 환경이 한몫했을 것이다. 따라서 TF의 혁신 방안에 금융감독기구가 법에서 정한 대로 독립성을 갖고 소기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근본대책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시장의 지지를 받기 힘들 것이다.



 부실저축은행 처리도 마찬가지다. 공정하게 잘 처리되고 있다고 믿는 시장참여자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내년 총선과 대선 및 정권에 미치는 부담 때문에 다른 방식의 폭탄돌리기가 진행되고, 이로 인해 시장불확실성이 증폭될 것이란 우려가 많다. 지금이라도 부실 징후 저축은행을 전수 조사해 가능한 한 조속한 시일 내에 구조조정을 마무리해야 한다. 그래야만 부실로 인한 비용을 최소화하고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며 다수의 건전한 저축은행들도 보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매각이 진행 중인 7개 부실저축은행 처리도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과거처럼 당국이 ‘팔 비틀어 떠넘기는 식’으로 해선 곤란하다. 자칫 비싼 가격에 떠안은 금융회사의 주가가 하락하는 등 시장에서 몇십 배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시장과 국민은 금융당국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똑똑하다. 세상이 아주 많이 변했다는 것을 정부와 정치권이 제대로 인식하길 바란다.



김기홍 PAMT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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