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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든 부자든 돈 문제로 황혼이혼 늘어”

중앙일보 2011.05.31 00:19 종합 32면 지면보기



서울가정법원 김용헌 법원장에게 듣는 요즘 세태



김용헌 서울가정법원장이 26일 법원장실에서 최근의 이혼 경향과 가정법원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배우자의 경제적인 무능력이나 빚 등을 이유로 이혼을 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황혼이혼이 결혼 4년 이내의 신혼이혼을 앞서는 현상에도 경제적인 이유가 숨어있어요.”



 지난 26일 서울 서초동 집무실에서 만난 김용헌(56·사법연수원 11기) 서울가정법원장은 “부유층과 빈곤층은 서로 다른 경제적 이유로 황혼 이혼을 택한다”고 말했다.



 - 부유층이 경제적 이유로 황혼이혼을 택한단 말인가.



 “재산 분할 때문이다. 나중에 배우자가 숨진 뒤 상속을 받으면 자녀 등과 재산을 나눠야 하고 상속세를 내야 한다. 그러나 황혼 이혼을 택하면 대개 재산의 절반을 분할 받을 수 있다. 세금도 낼 필요가 없다.”



 - 빈곤층이 황혼이혼을 택하는 경제적 이유는.



 “이혼을 해서 ‘1인 가족’이 되면 국가의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황혼이혼은 자녀가 장성한 뒤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자녀 때문에 이혼을 참는 경우는 점점 줄고 있다. 예전에는 여성들이 자녀가 결혼할 때까지는 이혼을 미루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자신의 행복을 찾으려고 한다.”



 - 남성의 경우는 어떤가.



 “젊은 아빠들의 경우 ‘지금도 엄마보다 내가 아이를 주도적으로 기르고 있다’며 양육권을 주장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실제로 가사조사관들이 가정과 어린이집 등을 찾아보면 아빠들이 도맡아 아이를 돌보는 경우도 많다.”



 - 우리나라는 배우자에게 잘못이 있을 경우에만 소송을 통해 이혼 판결을 받을 수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여러 주에서 하는 것처럼 한 쪽이 이혼을 원하면 ‘결혼이 파탄됐다’고 보고 이혼 결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어린 자녀가 있는 경우 이혼한 뒤에도 서로 도와야 하는데 소송 과정에서 상대방을 비방하다가 감정이 최악으로 치닫게 되면 자녀 양육이 어려워진다. 다만 경제적 약자인 여성과 자녀들에 대한 확실한 부양책이 보완돼야 한다.”



 -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이혼율이 상위권이다. 이혼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결혼을 신중하게 해야 하고 일단 결혼한 뒤에는 서로 간의 대화와 소통이 중요하다. 부모로부터의 독립도 필요하다. 젊은 부부들이 결혼하고 나서도 부부싸움만 하면 양가에 전화를 한다. 부모들도 ‘자식 이혼을 내 마음대로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큰 문제다.”



 김 원장은 “가정법원은 이혼 판결을 하는 곳이 아니라 건강한 가정을 새롭게 구성하는 곳”이라며 “이혼 재판 중에도 부모로서의 역할을 교육하고 판결 뒤에도 이혼 부모와 자녀와 함께 가는 캠프를 여는 등 후속 조치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는 결혼 전 교육 프로그램 등 사전 조치까지 영역을 넓히려고 한다”고 밝혔다.



글=구희령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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