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현욱의 과학 산책] 온난화와 흰개미 창궐

중앙일보 2011.05.31 00:18 종합 33면 지면보기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
코메디닷컴 콘텐츠 본부장




“공공 이면도로는 물을 투과시키는 투수 재질로 재포장 중이다. 현재 가장 흔한 물푸레나무와 일리노이주의 주목(州木)인 백참나무는 심지 못하도록 했다. 그 대신 더운 기후에 알맞은 늪지참나무와 미국풍나무를 심고 있다. 열 감지 레이더가 특히 뜨거운 지역의 지도를 만드는 중이다. 이렇게 선정된 지역에선 인도(人道)를 투수 재질로 재포장하고 건물 옥상에 식물을 심고 있다. 공립학교 750곳 모두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최근 뉴욕 타임스가 미국 시카고의 기후변화 대비책을 소개한 내용이다.



 이 같은 정책의 뿌리는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카고시가 기후학자들을 동원해 ‘지구 온난화가 시카고의 기후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를 예측하게 했던 것. 그 결과는 이렇다. “금세기 내에 32도를 넘는 날이 연간 72일(20세기엔 연평균 15일도 되지 않았다)에 이를 때가 올 것이다. 2070년이 되면 겨울과 봄의 강수량은 35% 늘고 여름과 가을의 강수량은 20% 줄 것이다.”



 이것이 실생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시(市)가 위험평가 전문기업에 의뢰해 나온 보고서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고온과 관련한 사망자수가 연간 1200명에 이를 수 있다. 건물 외벽과 도로, 교량은 동결과 해동이 반복됨에 따라 균열이 생겨 빠르게 노후화할 것이다. 그에 따른 손실은 수십억 달러에 이를 것이다. 과거엔 살아서 겨울을 날 수 없었던 흰개미들이 창궐해 모든 종류의 목제 틀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울 것이다.”



 지금 시카고가 우선적으로 시행 중인 대책은 물이 땅으로 흡수되는 것을 막는 지금의 포장을 교체하는 것이다. 도로와 이면도로, 주차장이 덮고 있는 면적이 시의 40%에 가깝기 때문이다. 새 포장재는 빗물을 80% 이상을 투과시키는 데다 폐타이어의 고무성분이 섞여 있어 신축성이 있다. 햇빛을 반사해 기온도 낮춰준다.



 또 다른 대책은 해마다 1000만 달러를 들여 약 2200그루씩의 나무를 심는 것이다. 수종은 전문가 추천에 따라 고온다습한 날씨에 맞는 것으로 선정했다. 목표는 향후 9년 내에 시 면적의 23% 이상을 나무로 덮는 것이다. 이런 대책들은 “그 자체로 효과적인 투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카고는 위도와 평균기온이 서울과 비슷한 도시다. 여기에서 의문이 생긴다. 서울의 기온은 온난화에 따라 어떻게 변해가는 것일까. 지금부터라도 연구를 발주하고 위험을 평가하고 정책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서울시는 시카고를 벤치마킹하고 있는 중일까.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코메디닷컴 콘텐츠 본부장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