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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설(世說)] 유명인 자살 보도 지침 지켜야

중앙일보 2011.05.31 00:17 종합 33면 지면보기






박병호
KAIST 경영대학 교수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는 모방자살을 가리키는 다른 이름이다. 1774년 출간된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주인공이 실연의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 내용을 보고 당시 많은 젊은이가 자살한 데서 유래되었다. 유명할수록 베르테르 효과는 크다.



 미국 여배우 메릴린 먼로의 ‘자살로 추정되는 죽음’이 발표된 1962년 8월 한 달에 미국 내 자살자 수는 평소보다 200명 많았다. 86년 당시 18세였던 일본 아이돌 가수 오카다 유키코가 자살한 사건이 벌어지자 일본 젊은이들의 투신자살이 잇따랐다. 이러한 현상은 98년 가수 히데가 자살한 이후 1주일 만에 세 명이 자살하면서 전형적 양상을 드러냈다.



 이런 사건의 경우 당시 언론은 자살한 연예인에 대해 많은 시간과 지면을 할애해 집중 보도하곤 해왔다. 그런데 언론에 의한 자살사건 보도는 모방자살을 유발할 수 있다. 언론사의 입장에서는 간략하게 보도하자니 경쟁사와 비교돼 부실한 뉴스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 걱정되고, 자세히 보도하자니 자살을 부추길 수 있어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책임 있는 언론이라면 모방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책임 있는 보도를 위해 만들어 놓은 가이드라인을 지켜야 한다. 외국의 경우 세계보건기구(WHO) 등 다양한 단체에서 지침을 만들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2004년 한국자살예방협회 등 정부·언론·학계가 공동으로 만든 기준이 있다. 예를 들자면 자살을 미화하지 않고, 자살 방법이나 장소 등 구체적인 정보는 피하는 등 관련 보도를 자제하자는 것이다.



 빈 의대 연구진이 오스트리아 자살 통계를 분석한 결과 1987년 언론계에 도입된 자살보도지침이 자살을 낮추는 데 유의미한 영향을 주었다는 결론을 얻었다. 지난 금요일 한 가수의 자살이 보도되자 세브란스 의대 천근아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자살보도지침의 필요성을 주창해 많은 이의 공감을 얻었다. 자살 보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책임 있는 언론이라면 시청률이나 구독률, 클릭 수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때 미디어 소비자들은 신뢰로서 보답할 것이다.



박병호 KAIST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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