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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두려운 은퇴와 기다려지는 은퇴

중앙일보 2011.05.31 00:16 종합 33면 지면보기






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소장




우리나라 40~50대 중장년층은 은퇴나 노후준비라는 말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많은 사람이 은퇴라고 하면 경제적 어려움이나 두려움, 지루함 등을 떠올린다. 반면 해외 선진국의 국민들은 자유나 행복, 만족 등을 떠올린다고 한다. 얼마나 은퇴 후 생활을 기다리는지 은퇴 이후의 시기를 ‘황금 나이(gold age)’라고까지 표현할 정도다.



 은퇴에 대한 인식이 이처럼 상반되는 것은 이에 대한 준비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외국은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은 물론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등으로 안정된 은퇴 후 생활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니 은퇴하면 진정한 자신만의 인생을 즐길 수 있다. 실버타운으로 주거를 옮기기도 하고, 전 세계를 여행한다. 최근엔 은퇴 후에 새롭게 대학을 다니거나 자격증을 취득해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적극적인 노인문화, 즉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가 늘어나고 있다.



 반면 우리의 노후 준비 상황은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1955~63년생 베이비 부머들의 은퇴가 시작됐지만 아직도 은퇴 이후 생활 자금과 의료 준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우리나라에 맞는 은퇴문화 역시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은퇴에 대해 막연하게 두려워하면서 제대로 준비하지 않는 것은 상당한 문제를 야기한다. 과거와 다른 생각과 방법으로 재무적·비재무적 준비를 하나 하나 해 나가야 한다.



 우선 은퇴 계획(retirement planning)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쌓아야 한다. 은퇴 후 생활비, 의료비, 주거계획, 취미·봉사·종교생활, 간병계획, 상속계획 등 전반에 대한 지식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행복학 학자들은 ‘지식이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은퇴생활의 성공 여부도 일단 충분한 지식을 갖추는 데 달려 있다.



특히 은퇴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준비해야 한다. 막연하게 노후자금으로 5억원, 10억원이 필요하다는 식의 계산은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용을 정확하게 이해하면 얼마든지 이를 마련하는 방법과 줄이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은퇴 후 비용은 20~30년간의 부부 생활비, 남편 사망 후 부인 홀로 생존기의 생활비, 남편과 부인의 간병비용, 상속재산이 있는 경우에 소용될 상속세, 취미나 봉사생활에 필요한 자금 등이 있다. 대부분 수입이 적어서, 혹은 자녀교육비나 결혼자금 등 다른 써야 할 곳이 많다는 이유로 이를 미루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라도 은퇴는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수입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가능하면 비용을 줄이고 은퇴자금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자산구성을 변경시켜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자산구성비를 조사해 보면 부동산 80%, 주식 5%, 채권 15%로 구성돼 있다(2010년 한국은행, 자금순환통계). 노후생활비가 나오지 않는 부동산은 너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안정된 연금을 기대할 수 있는 금융상품의 비중은 너무 작은 것이다.



 건강·취미·봉사와 같은 비재무적인 준비도 반드시 챙겨야 한다. 최소한 5년 이상 시간을 가지고 미리 준비하면 보다 행복한 은퇴생활이 될 수 있다. 외국 은퇴자들은 대학으로 달려가서 다시 자격증을 따거나 재교육을 받아 정년 퇴직 후 30년을 더 힘차게 살아간다. 여유시간을 주체하지 못해 전국에 있는 산으로 달려가는 우리의 은퇴자들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지금부터라도 돈이 많든 적든 자신에게 적합한 은퇴계획을 세우도록 노력해야 한다. 준비되지 않은 은퇴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된다. 우리가 조금만 시간을 가지고 노력하면 두려운 은퇴가 아니라 기다려지는 은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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