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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리 저질러도 퇴직금 몽땅 챙겨주는 금감원

중앙일보 2011.05.31 00:14 종합 34면 지면보기
금융감독원은 정말 부러운 신(神)의 직장이다. 저축은행 비리로 구속된 금감원 임직원들이 퇴직금 100%를 챙겨 간다는 보도에 분통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다. 금감원은 높은 연봉과, 금융회사의 생사여탈권을 쥔 독점적 권력, 그리고 낙하산 인사를 통한 편안한 노후까지 3박자를 고루 갖춘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다 어떤 사고를 쳐도 퇴직금까지 몽땅 챙긴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그것도 비리 임직원에 대한 퇴직금 감액 규정을 슬그머니 삭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어이없는 일이다.



공무원의 경우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거나 파면되면 절반 가까이 퇴직금이 깎인다. 금품 수수로 인해 해임돼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낸 퇴직금만 돌려받고, 나머지 정부가 절반을 보조하는 부분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반인에 비해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공무원의 특수한 신분을 감안해 마련된 장치다. 실제로 이 규정은 공무원 비리를 억제하는 강력한 무기로 작동되고 있다. 이는 비리 공무원들이 처벌 수위를 낮춰 달라고 소청하거나, 파면 취소 청구 소송을 봇물처럼 쏟아내는 데서도 확인된다. 퇴직금이 깎이고 연금마저 불이익을 당하면 노후가 위태롭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일반 공무원보다 훨씬 막중한 공적 역할을 맡고 있다. 금감원이 금융회사 비리를 감시하고 처벌하는 본연의 임무를 방기(放棄)하면 어떤 재앙이 초래되는지 저축은행 사태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감시에서 벗어난 대주주와 경영진은 고객 예금을 마음대로 주물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선량한 예금자들에게 돌아갔다. 비리에 연루된 금감원 임직원들이 경영 부실을 부추기고 국민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이중의 피해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이들은 저축은행들로부터 뇌물을 챙기고, 이제는 퇴직금까지 모두 받아가는 것이다.



금감원은 그동안 관(官)의 권한과 민(民)의 장점만 취했다. ‘독립성과 자율성’을 내세워 제대로 된 견제조차 받지 않았다. 반관반민(半官半民)의 괴물이 생겨난 것이다. 지금까지 금감원이 내세운 ‘전문성’이란 환상은 저축은행 사태를 통해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 일부 직원들은 피감 기관에 어떻게 하면 들키지 않을지 친절하게 지도까지 해준 사실이 드러났다. 차라리 전문성이 떨어져도 정신이 똑바로 박힌 아마추어가 감독을 맡았다면 저축은행 재앙은 초래되지 않았을지 모른다.



지금 와서 땅을 친들 금감원 비리 직원들은 당당하게 퇴직금을 찾아갈 것이다. 그런 뒷모습은 이번이 마지막이 돼야 한다. 더 이상 반관반민의 조직적 특수성을 악용하도록 방치할 수 없다. 공적인 권력은 마음껏 휘두르면서 민간신분이란 이유로 책임은 안 진다는 게 도대체 말이 안 된다. 금융감독의 전문성을 인정해 주는 만큼 잘못을 저지르면 가중(加重) 처벌해야 마땅하다. 이는 금감원은 물론이고 헌법상 최상위 감독기관인 감사원도 마찬가지다. 감독기관들이 눈을 감아 사회 전체가 엄청난 피해를 보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 이들이 눈감지 못하도록 아무리 많은 견제장치를 마련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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