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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lace ③ 진옥화 할매 원조 닭 한마리

중앙일보 2011.05.31 00:12 경제 18면 지면보기



미슐랭이 추천해 화제 낳은 집
손님이 직접 닭 자르고 양념





최근 발간된 『미슐랭 가이드 한국편』으로 세간의 이목을 끈 식당이 있다. 서울 동대문의 ‘진옥화 할매 원조 닭 한 마리’집이다. 미슐랭은 “한국식 그릇에 담겨 나오는데 정말 맛있다”며 이 집을 추천했다. 동대문통 비좁은 뒷골목의 ‘닭 한 마리 칼국수집’을 미슐랭이 눈여겨봤다는 사실이 놀랍고 흥미로웠다.



 점심시간. 취재를 위해 찾아간 식당은 이미 꽉 차 있었다. 닭 한 마리가 통째로 육수 속에 잠긴 채 양푼에 담겨 나왔다. 미슐랭이 ‘한국식 그릇’이라고 표현한 그릇이 바로 이 은색 양푼이다. 그 닭을 손님이 직접 잘라야 한다. 닭을 자른 다음엔 다진 마늘을 넣고 10분쯤 더 끓인다. 닭고기가 익는 사이 소스를 만들어야 한다. 식탁에 있는 고춧가루양념장과 간장·식초·겨자 따위를 취향대로 섞어 만든다. 닭고기를 건져 먹은 다음 국수를 주문해 익혀 먹는다.



 모든 과정이 ‘셀프’다.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한다. 손님이 많아서인지 직원이 친절하다는 느낌도 없다. 특히 국수는 ‘한 번만 주문을 받는다’고 쓰여 있다. 애초에 먹을 양을 정확히 정해 한 번에 주문을 마치라는 명령이다. 그럼에도 식당은 발 디딜 틈이 없다.



 이 집의 국물 맛은 유난히 진하다. 느끼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윤석호(42) 사장은 인기 비결에 대해 “냉동 닭이 아니라 싱싱한 생닭만 쓰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사장에게 미슐랭 얘기를 꺼냈더니 의외로 시큰둥한 반응이 돌아왔다.



 “미슐랭이 뭔지 모르지만 손님들이 유명한 책자에 나왔다고 알려 줘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상관 안 해요. 지금까지 어머니가 해 오던 대로 하면 되지. 달라질 건 없어요.”



이상은 기자



● 진옥화 할매 원조 닭 한 마리 1978년 진옥화(79) 할머니가 문을 열어 동대문 종합시장과 30여 년을 함께했다. 지금은 아들 윤씨가 운영한다. 서울 종로5가 동대문 종합시장 뒷골목에 있다. 3층까지 있으며 좌석은 모두 280석. 2~3명이 먹으면 적당한 ‘닭 한 마리’가 1만8000원, 국수사리 2000원. 02-2275-9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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