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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4명 노벨상 탄 솔베이, 한국에 글로벌본부 세운다

중앙일보 2011.05.31 00:11 경제 2면 지면보기



“제2의 퀴리부인 키우고 싶어”
이화여대 캠퍼스에 짓기로
“유럽 순방 MB에 깊은 인상”



글로벌 화학업체인 솔베이사 직원이 벨기에 화학 공장에서 염소를 생산하는 데 쓰는 소금 더미를 살펴 보고 있다. 솔베이는 소다·과산화수소 등 필수화학 물질 생산 분야에서 세계 1위다. [블룸버그]













연 매출 10조원대 벨기에 화학업체 ‘솔베이(Solvay)’가 한국에 글로벌 사업본부를 세운다. 솔베이는 30일 서울 대현동 이화여대 본관에서 서울시·이화여대와 특수화학사업 본부를 한국에 세운다는 내용의 3자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특수화학사업 본부는 솔베이의 4대 글로벌 본부 중 하나가 된다. 크리스티앙 쥐르켕(사진) 대표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2013년까지 2600만 달러(약 280억원)를 들여 이화여대 캠퍼스에 특수화학사업 본부를 지을 예정”이라며 “2차전지·태양광·디스플레이 등 주로 기초 소재 분야 연구에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솔베이는 1863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창립한 세계 5대 화학업체 중 하나다. 사명은 창립자인 화학자 에르네스트 솔베이의 이름에서 땄다. 소다·과산화수소 등 필수화학 분야 세계 1위 업체다. 40여 개국에 진출해 지난해 95억 달러(약 10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국에도 1987년 진출해 울산 공장을 운영 중이다. 쥐르켕 대표는 “한국 소비자들은 일상 생활에서 매일 우리가 만든 소재를 쓴다”며 “유리창 기초 소재나 PVC(폴리염화비닐), 컴퓨터에 들어가는 특수 폴리머 등 화학 제품이 솔베이가 만든 것”이라고 소개했다.



 솔베이의 강점은 원천 기술력이다. 연구개발(R&D) 분야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 세계 R&D 센터만 15곳이다. 노벨 물리·화학상을 받은 솔베이 직원만 4명이다. 쥐르켕 대표는 “일전에 삼성과도 합작할 기회가 있었다”며 “한국의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번 프로젝트를 한국에서 추진한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한국이 지적재산권(IP)을 확보하는 데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R&D는 특성상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에 비해 결과는 불확실한데, 한국은 비교적 결과가 예측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은 기업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는 법률 체계가 탄탄하다”며 “한국 인력은 신뢰할 만하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도 매력으로 꼽았다. 그는 “한국과 오랫동안 함께 일해왔기 때문에 집처럼 편안하다”고 말했다.



 KOTRA의 지원도 한국이 사업 본부를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됐다. KOTRA의 외국인 투자전담기관 인베스트코리아(Invest Korea)는 지난해 솔베이가 글로벌 본부 입지를 구하고 있다는 점을 파악하고 관계자들과 지속적으로 만났다. 올 5월 이명박 대통령의 유럽 순방 때는 쥐르켕 대표와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다. KOTRA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이 사업 본부를 한국에 세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중국 등 아시아 인접국과 함께 유치 경쟁에 뛰어들어 거둔 성과”라고 설명했다. 쥐르켕 대표는 이날 조환익 KOTRA 사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과의 만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솔베이사의 프로젝트에 대해 상세히 알고 있어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과학 기술 분야를 발전시키는 데 관심을 갖고 있어 솔베이의 비전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술회했다.



 이화여대 캠퍼스에 사업본부를 세운 것에 대해선 “화학 업체엔 여성 인력이 적다. 여성 화학자를 키우는 것이 솔베이의 내부 과제”라며 “한국에서 특별히 여대에 투자하는 것은 ‘제2의 퀴리부인’을 키우고 싶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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