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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시계 검사’ 엇갈린 운명 … 김홍일, 팀 막내 은진수 친다

중앙일보 2011.05.28 03:00 종합 4면 지면보기
18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비리사건에서 수사 검사로 한솥밥을 먹던 두 사람이 이제 수사 지휘자와 수사 대상으로 대면하게 됐다.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의 김홍일(55) 부장과 은진수(50) 전 감사원 감사위원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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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검 중수부는 부산저축은행그룹으로부터 감사 무마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은 전 위원을 다음 주 중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수사 주체인 김 부장과 소환조사를 받게 된 은 전 위원은 1993년 서울지검 강력부에서 당시 홍준표 검사(현 국회의원), 정선태 검사(현 법제처장) 등 6명의 검사와 함께 ‘슬롯머신 사건’ 수사를 맡았다. 김영삼 정부 초기 초대형 권력형 비리로 꼽혔던 이 사건에서 이들은 슬롯머신 업계의 대부 격인 정덕진씨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정·관계 유력인사 14명을 줄줄이 구속시키며 ‘모래시계 검사’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공인회계사 시험(17회), 사법고시(30회), 행정고시(34회) 등 3개 시험에 합격한 은 전 위원은 당시 2년차 신출내기 검사였지만 회계분석 능력을 발휘해 자금흐름 추적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은 전 위원과 김 부장은 이후에도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함께 일하는 등 각별한 관계를 이어갔다. 김 부장과 은 전 위원 모두 천주교 신자로 김 부장은 은 전 위원 아들의 대부(代父)를 맡기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준표



 2000년 은 전 위원이 검찰을 떠나 변호사로 변신하고, 2002년 한나라당 서울 강서을 지구당위원장을 맡아 정계에 입문하면서 두 사람의 인생 궤적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들이 다시 만난 것은 2007년 BBK 사건 수사 때다. 김 부장은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로 사건 수사를 지휘했고, 은 전 위원은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법률지원단장으로 ‘BBK 의혹 대책팀장’을 맡아 활동했다. 또다시 4년이 흐른 뒤 두 사람은 악연으로 마주하게 됐다. 김 부장은 27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은진수 전 위원에 대해서는) 할 말도 없고, 말할 생각도 없다”고 했다.



 두 사람과 오랜 인연을 가진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도 은 전 위원에 대해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홍 의원은 이날 “안타깝지만 대의멸친(大義滅親)이다. 검사나 정치 지도자는 대의를 위해 친족도 친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도 지금 가장 가슴이 아픈 사람은 김홍일 중수부장일 것이다. 슬롯머신 사건 때 같이 고생했던 막내 은진수를 철저히 수사해야 하는 입장 아니냐”고 했다. 홍 의원은 “이제부터 배후세력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는 것 같다”며 “검찰 수사가 종료된 뒤 필요하다면 국회가 국정조사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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