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 아들 중매 좀” 밀물 … 팔걷고 나선 ‘탈북여성 대모’

중앙일보 2011.05.28 00:13 종합 28면 지면보기



조경숙 관악경찰서 경위





“아들 결혼을 부탁하러 왔습니다. 조경숙 경위님을 꼭 만나뵙고 싶습니다.”



 지난 20일 임길남(68·여)씨는 고종사촌인 이란(67·여)씨와 함께 서울 관악경찰서를 찾았다. 임씨는 ‘관악서 보안과 조경숙(50·사진) 경위가 탈북자 신변보호 업무를 하면서 3명의 탈북여성을 시집보냈다’는 내용의 본지 보도(5월10일자 28면)를 보고 경기도 파주에서 달려왔다. 임씨와 이씨는 조 경위에게 마흔이 다 되도록 결혼을 하지 못한 각자의 아들 혼처를 부탁했고 조 경위는 “전문 주선자는 아니지만 힘써 보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인천에 사는 전모(70·여)씨도 조 경위를 찾아왔다. 전씨는 “42세 아들이 혼기를 놓쳤다”며 “중매업소에서 소개시켜주는 외국인 여성보다는 말이 통하는 탈북여성을 소개받고 싶다”고 말했다.



 조 경위에게 중매를 요청하는 전화와 편지도 쇄도하고 있다. 동대문에 사는 김모씨는 편지에 “중앙일보 신문 지면을 보고 간청드립니다. 좋은 며느리 한 사람 결실을 맺어서 우리 아들의 장모님이 되어주시기를 앙망합니다”라고 썼다.



제주도에 사는 변모(63)씨는 “5형제 중 막내동생이 서른아홉 살인데 아직 장가를 못갔다”며 “제주도에서 살 수 있는 참한 탈북여성을 원한다”고 했다.



 ‘탈북여성의 대모(代母)’로 불리는 조 경위는 1980년 경찰에 입문해 97년부터 서울 구로경찰서에서 탈북자 신변보호 업무를 시작해 줄곧 한 길을 걸었다.



조 경위는 “그동안 200여 명의 탈북자들을 알게됐지만 혼자 생활하는 여성은 10여 명 정도로 생각보다 많지 않다”며 “남녀 양측을 다 알고도 신중해야 하는 것이 중매인데 부담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보호하고 있는 탈북자들의 속사정을 좀 더 꼼꼼하게 알아야 한다는 책임감도 들었다”고 했다.



 계속되는 중매 요청에 조 경위는 26일 두 명의 탈북 여성에게 전화를 걸어 남성을 만나볼 의사가 있는지 물었다. 두 명 모두 “생각해보고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관악경찰서는 조 경위의 전단지를 제작하기도 했다. 본지 보도 기사와 함께 ‘장가 못 간 노총각은 많은 연락 바랍니다’라는 문구를 넣어 관내 지구대와 파출소에 전시해 놓은 것이다.



강신후 기자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