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지국 인근 아이들 과잉행동장애, 어른은 두통·고혈압”

중앙선데이 2011.05.22 03:43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베이비폰·휴대전화·무선랜의 ‘전자파 폭탄’ 경고한 유럽평의회







유럽평의회는 청소년이 휴대전화를 장기간 사용할 경우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진은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기말고사를 앞두고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모두 수거한 것이다. [중앙포토]



2004년 독일 바이에른주의 림바흐 주민 60명 모두가 갑자기 불면과 두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성인 대부분이 고혈압ㆍ현기증ㆍ피부질환·알레르기 같은 증상에 시달렸다. 어린이들은 주의력 장애나 과잉행동을 보였다. 의사·과학자들이 조사에 나섰다. 2004년 7월, 2005년 1ㆍ7월 세 차례에 걸쳐 소변 검사 방식으로 이뤄졌고 이를 2004년 1월 조사와 비교했다. 그 결과 ‘스트레스 호르몬’인 아드레날린과 ‘교감신경 전달물질’인 노르 아드레날린 분비가 늘어났다. 둘 다 심장 박동과 혈압을 상승시키는 스트레스 호르몬이다. ‘행복 호르몬’인 도파민과 페닐 에틸 아민(PEA) 분비가 대폭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만성 스트레스를 의미했다.



특히 페닐에틸아민의 분비 감소는 어린이에게 적신호였다. 1990~2004년 독일 의학계는 ‘페닐 에틸아민의 분비 감소가 주의력 장애와 과잉행동장애의 급증과 관련 있다’고 분석했기 때문이다. 림바흐 주민의 호르몬 수치에 이렇게 큰 변화가 온 이유를 조사단은 ‘2004년의 기지국 설치 때문’으로 봤다. 이런 내용은 2011년 초 발간된 독일 의학 저널에 실렸고 이어 유럽 평의회의 보고서에서 공식 인용됐다.



이런 현상은 유럽에서 커지고 있는 ‘휴대전화 전자파 폭탄’의 위험을 예고한다. 유럽평의회 환경ㆍ농업ㆍ지역문제위원회는 지난 5월 6일(현지시간) ‘전자기장의 위험성과 환경에 대한 영향’이란 제목의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본회의에 상정했다. 결의안은 27일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리는 전체 회의에 올라간다.



평의회는 결의안 작성을 위해 2010년 9월 17일, 2011년 2월 25일 두 차례에 걸쳐 공청회를 열었다. 2011년 4월 11일 전문가와 기업가, 시민단체의 의견을 반영한 결의안 초안이 발표된 뒤 5일 의회에서 만장일치로 상정했다.











앵거스 맥도널드 유럽평의회의 공보관은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상정됐기 때문에 전체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또 “평의회의 결의안에 강제력이 없다고 하지만 47개 가입국 8억 인구를 대표하는 평의회의 결정은 각국 정부와 산업계에 압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의안이 채택될 경우 가입국의 전자제품 생산에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의 대유럽 전자제품 수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유럽위원회 소속 연구 기관인 ‘유로바로미터’는 “유럽인들의 48%가 휴대전화의 유해성을 걱정한다. 그중 78%는 휴대전화 자체를, 76%는 기지국을 걱정한다”고 발표했다.



이 결의안은 채택 과정에서 업계의 반발을 샀다. 올해 2월 25일 열린 파리 공청회에 참석한 프랑스와 유럽의 휴대전화 사업자 대표들은 “대부분 국가에 정해진 공식 노출치만 지키면 휴대전화가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은 없다”고 성토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전자기장에 인체가 노출돼도 위험이 없으며 있어도 아주 적다’는 입장이다.



WHO는 휴대전화 등 무선통신기기의 전자파가 암 유발과 관계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24일부터 8일간 프랑스 리옹에서 전문가 회의를 연다. 또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31일께 휴대전화에 ‘발암 물질’ 표시를 할지 결정한다.



한편 본지는 유럽평의회와 직접 접촉, 결의안과 이를 뒷받침하는 환경위원회 소속 진 허스(Jean Huss) 룩셈부르크 위원이 작성한 실태 보고서를 입수했다. 결의안은 전문에서 전 세계에 140만 개가 넘는 기지국이 들어서고 휴대전화와 무선랜이 일반화되면서 전자파에 모든 사람이 노출되고 있으며 따라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기 전에 이에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석면, 유연 휘발유(leaded petrol), 담배의 경우처럼 확실한 과학ㆍ의학적 결과를 기다리다간 나중에 건강과 경제가 치명타를 입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허스 박사의 실태 보고서는 전자파가 미치는 악영향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우선 유럽위원회의 후원으로 12명으로 구성된 조사팀이 연구한 ‘전파의 유전자 독성 효과’와 관련, 2004년 12월 보고서는 “휴대전화가 유전자 독성 효과를 보여준다”고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특정 광역 주파수 대역에서는 엽록소 손상이 발생하고 인간ㆍ동물 세포에서 DNA 세포가 파괴됐다는 조사 ▶전자파로 인한 스트레스 단백질 합성 증가 및 유전자 변형이 관찰됐음을 보여주는 연구도 소개했다. 또 임상 의학 및 종양의 전문가들이 200명의 프랑스 환자를 상대로 생물학·임상 분석을 병행한 결과 ‘전자기 과민 증후군’이 실제로 있음을 확인했다고 했다.



또 2007년 프랑스 클레르몽 페라드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특정 토마토 식물 유전자는 휴대전화의 전자파에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또 다른 국제 과학 연구도 특정 유형의 콩과 식물과 활엽수ㆍ침엽수가 중계 안테나 등 다양한 주파수에 노출된 뒤 스트레스 반응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또 송아지ㆍ소ㆍ말ㆍ거위 같은 가축이 인근에 휴대전화 마스트가 설치되자 기형 송아지를 낳고 백내장, 불임 같은 문제를 일으키는 등 ‘설명 불가능한’ 현상도 발생했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



중앙SUNDAY 구독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