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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할 줄 모르는 것도 실현하려 애쓰는 게 작가의 삶”

중앙선데이 2011.05.22 02:43 219호 3면 지면보기
1.Monumenta 2011, 39Leviathan39 의 겉모습 21.Monumenta 2011, 39Leviathan39 의 내부
-그랑팔레라는 장소가 작품에 어떤 영감을 주었나.
“그랑팔레는 매우 도전적이고 어려운 건축 구조물이다. 전 세계에 존재하는 19세기 건축물 중 가장 세련된 건축물이 아닌가 한다. 매우 독특한 공법과 웅장한 스케일로 지어졌다. 이로 인해 건물 실내가 외부보다 밝게 느껴지고, 주변의 그 어떤 열린 공간보다도 넓게 느껴진다. 한마디로 매우 독특한 기운이 느껴지는 곳이다. 조각에서 스케일은 매우 중요하다. 처음에 공간을 보고 스튜디오에서 모델을 먼저 만들었다. 모델을 만들 땐 공간에 대한 제약을 실제로 경험하지 못하기 때문에 매우 자유로웠다.”

파리 그랑팔레에 대규모 설치작품 선보인 아니시 카푸를 만나다


-조각 형태가 매우 특이하다. 어디서 아이디어가를 구했나.
“그랑팔레의 건물 구조에서 형태가 나왔다. 나는 작품을 구상하면서 두 가지 사항에 중점을 두었다. 하나가 ‘빛’이고 다른 하나는 그랑팔레의 안과 밖의 구조를 뒤집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외부가 내부가 되고, 내부가 외부가 되는 시도를 하고 싶었다. 사람들은 일단 설치물 안으로 먼저 걸어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는 전체의 겉모양을 아주 부분적으로만 볼 뿐이다. 그리고 다시 나와서 또 다른 문으로 건축물과 설치물 사이의 공간으로 들어서게 되면서 비로소 설치물의 외부를 보게 되는 것이다. 관람객들은 자신의 머릿속에서 내부와 외부를 합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이것은 건축물이 줄 수 있는 다양한 경험과 유사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건축물만으로는 할 수 없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모뉴멘타 오프닝.
-파리라는 도시와 이 작품이 관계가 있나.
“파리는 매우 아름답고 역사적인 도시다. 하지만 이 작품이 파리와 어떤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이브 클라인 같은 작가들의 작품을 떠올려 볼 때 내 작품은 파리가 가진 모노크롬(단색)의 전통과 연관성을 갖는다. 이번 작품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모노크롬이다.”

-‘레비아탄’에 아주 진한 빨강을 사용한 이유는.
“이 색깔의 선택은 매우 의도적이었다. 이렇게 어둡고 거의 핏빛에 가까운 진한 빨강은 내가 그간 여러 가지 작업에 사용해 왔던 주된 컬러다. 검정이나 진한 파랑 등 다른 색깔들이 나타낼 수 없는 어두움과 그늘을 잘 나타내기 때문이다. 정신적으로 보면 검정이나 진한 파랑보다도 더 어둡다. 거의 우리 육체의 확장인 듯한 느낌을 준다.”

4. 39C-curve39(2009)-Stainless steel, Dimensions 2.2*7.7*3m 5.39Cloud Gate39(2004) Stainless steel: 33*66*42ft 6.39Dismemberment site139(2003~09) Dimensions: 25*84m
-왜 제목을 ‘레비아탄’이라 붙였나.
“‘레비아탄’은 옛 신화와 성경에 등장하는 물속 세계의 거대한 괴물이다. 이는 인간 무의식 속의 괴물이기도 하고, 지옥의 문지기이기도 하다. 괴물의 몸은 너무 커서 일종의 불가능함을 느끼게 한다. 조각도 다듬어지기 전의 일차적인 형태는 이렇게 무디고 다루기 힘들고 불가능을 느끼게 하는데, 나는 이것이 조각의 위대한 면이라고 본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매우 표현적이 될 수 있다. 마치 단순한 모노크롬 컬러가 매우 강한 표현력을 지니듯 말이다. 또한 이 제목이 관람객들에게 일종의 심리적인 요인들을 유도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작품을 하면서 관람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염두에 두는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관람객들을 위해서 작품을 만들 수는 없다. 조각은 우리의 육체가 경험하는 공간을 함께 점령한다. 우리 몸에서 어떤 육체적 반향이 일어나고 이것이 어떻게 시적이고 심리적인 경험으로 유도되는지 늘 관심을 갖고 작업해 왔다. 그러나 지금 이 작품에 관람객들이 어떠한 반응을 일으킬 것인지에 대해서는 설명할 수 없다. 이 경험은 늘 펼쳐져 있는 책과도 같기 때문이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기념 조형물 디자인에 대해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영국인도 많은 것 같다(카푸는 ‘아르셀로미탈 오르빗(Arcelor Mittal Orbit)’이라는 이름으로 높이 115m의 타워를 디자인했다).
“아, 정말인가? 모르고 있었다(웃음). 정말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고…. 아무튼 내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사실이다. 내게 대단한 사실은 이 조형물의 건축이 벌써 시작됐다는 것이다. 필요한 자금도 모두 조달했고, 런던 시장도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용기를 보여주었다. 이것은 결국 유용한 건축물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작품 아닌가. 하지만 이 작품에는 도면에서 볼 수 없는 매우 세부적인 디테일과 순간들이 담겨 있다. 완성되고 나면 단순한 전망대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주는 작품이 될 것이다.”

-당신은 인도 출신이지만 인도인들은 영국 작가로 간주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왕립학교 미술관에서 있었던 영국 대표 조각가 전시 명단에는 없다. 이러한 본인의 아이덴티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문제는 내게는 정말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전 세계가 하나가 되고 있는 코스모폴리탄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유럽 인구 중 6000만 명 이상이 유럽인이 아니다. 전 세계가 점점 하나로 되는 세상이다. 작가들은 이러한 상황을 다루는 다양한 작품을 창조하게 된다. 이들 중에는 자신의 본래 문화로 돌아가 이를 작품의 본질적 주제나 소재로 이용하기도 하겠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그런 작업에는 관심이 없다. 현대 미술이 지니는 가장 큰 장점은 어떤 국가나 문화의 개념을 넘어서 눈앞에 열리는 세계를 바라본다는 것이다. 나는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는 예술이 아니라 새로운 예술을 하고 싶다.”

-앞으로 실현하고 싶은 꿈의 프로젝트가 있다면.
“글쎄, 앞으로 어떤 작품을 어떻게 할지 전혀 모른다. 작가로서 내가 하는 질문은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해나갈 것이 아니라 작가로서의 창조 활동, 즉 무엇을, 왜 해 나가느냐다. 우리는 평생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해야 할 것들을 강요받으며 살아간다. 작가의 생애는 자신들이 할 줄 모르는 것조차도 실현하도록 시도하는 삶이다. 작가는 이렇게 할 수 있는 ‘자유’를 사용할 줄 알아야 하는데 이것은 사실 매우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그동안 한국을 여러 번 방문했고 내년에는 삼성 미술관 리움에서 전시가 계획되어 있는데 좀 자세히 말해 달라.
“한국은 방문할 때마다 단기간 머물렀지만 여행도 하면서 늘 좋은 시간을 보냈다. 리움 뮤지엄에서의 전시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진행 중이긴 하지만 아직 구체적이지는 않다. 한 가지 분명한것은 나는 이 전시를 매우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 거대한 풍선과도 같은 ‘레비아탄’이 부풀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30명가량의 인부가 ‘레비아탄’의 표면을 잘 펴면서 성공적으로 부풀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1년 전 탄생한 레비아탄의 스케치를 작품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테크놀로지의 도움이 필요했다. 세르주 페라리(Serge Ferrari)라는 특수 텍스타일 제조 회사가 1년간의 실험을 거쳐 작품을 완성했다. 작품 총길이는 99.89m, 너비는 72.23m, 높이는 33.60m에 달했다. “불가능조차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와 자유를 가지는 사람들이 작가”라 말한 아니시 카푸는 그렇게 거대한 ‘레비아탄’으로 또 한번 자신의 꿈과 많은 이의 꿈을 실현시키고 있었다. 그는 전시가 개막하던 날 프레데리크 미테랑 프랑스 문화부 장관으로부터 예술과 문학에 공여한 이들에게 주어지는 훈장을 수여받았다.



아니시 카푸1954년 인도 뭄바이 태생. 70년대 초반 영국으로 이주해 런던에서 미술대학을 나온 이후영국 미술계에서 서서히 알려졌다. 90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영국 대표로 참가한 후부터 국제적인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같은 해 터너 프라이즈를 수상했다.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전 세계에 대규모 조각작품을 설치해 오고 있다. 대표작으로 영국 게이츠헤드에 설치한 높이 35m 길이의 ‘타라탄타라(Taratantara·1999)’, 테이트 모던에 설치한 길이 320m의 ‘마르시아스(Marsyas·2002)’, 영국 밀레니엄 돔 옆에 설치돼 시시각각 변화하는 물의 움직임을 반사했던 ‘파라볼릭 워터스(Parabolic Waters·2000)’, 그리고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에 설치돼 하늘과 관람객을 반사하는 콩 모양의 스테인리스 스틸 설치물인 ‘클라우드 게이트(Cloud Gate·2006)’ 등이 있다. 2009년 생존 작가로는 처음으로 영국 왕립학교 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이 개최됐다. 이는 카푸를 세계 최고의 작가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됐다. 2010년에는 조국인 인도 뉴델리의 국립 모던 미술관에서 회고전을 열었고, 2012년에는 삼성 리움 미술관 전시가 예정돼 있다.



최선희씨는 런던 크리스티 인스티튜트에서 서양 미술사 디플로마를 받았다. 파리에 살면서 아
트 컨설턴트로 일한다.『런던 미술 수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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