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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의 문과 출신 청운중 동창생 LA서 ‘맨땅 헤딩’하며 개발·시판

중앙선데이 2011.05.22 02:32 219호 20면 지면보기
올해 2월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PGA 용품쇼에 진열된 MFS 샤프트. [MFS 제공]
최경주가 지난주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할 때 쓴 드라이버는 테일러메이드 R11이다. 이 제품에 쓰이는 샤프트는 21개 종류다. 최경주는 투어용인 MFS OZIK 샤프트를 썼다. OZIK(오직)은 한국말이다. 전 세계 샤프트 시장 점유율 4위인 MFS는 한국 업체다.

성호준의 골프 진품명품 <13> 최경주와 MFS 샤프트

MFS는 서울 경복궁 인근의 청운중학교 동창생 3명이 만들었다. 1963년생 전재홍·유세민·방인규씨다. 요새 말로 절친이었는데 유씨가 중학교 1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방씨는 대학 때 유학을 갔다. 전씨는 93년 친구들을 찾아 LA로 떠났다.

세 사람은 한국 업체의 골프 클럽을 팔았다. 방씨가 판로를 만들기 위해 6개월 동안 미국 구석구석의 골프숍을 헤집고 다니기도 했다. 그래서 5000개의 거래처를 확보했지만 고생이 너무 심해 정신과 치료도 받았다. 게다가 물건은 잘 팔리지 않았다. 그들은 대리운전과 과외 등을 하면서 버텼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들은 파는 방법이 아니라 제품의 품질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한국에서 받아온 샤프트는 무게와 강도는 물론 색깔도 균일하지 않았다. 그래서 직접 샤프트를 만들려고 했다. 무모해 보였다. 전문 인력을 고용할 돈도 없었고, LA의 청운중 3인방 중 이과 출신도 없었다. 탄소 섬유로 만드는 샤프트에 대한 지식은 제로에 가까웠다. 그러나 누군가 해야 했다. 셋 중에서 가장 꼼꼼하다는 유씨가 개발실장이 됐다.

그는 6개월 동안 도서관에서 머리를 싸매고 책을 뒤졌다. 유씨의 회고다. “깊이 공부해 보니 골프 샤프트의 기술도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가볍고 강한 그라파이트 샤프트는 낚싯대에서 출발한 것이다. 낚싯대 만드는 회사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그러나 기술의 깊이는 없었다. 당시 회사들은 샤프트의 양끝을 밀어서 가장 많이 휘어지는 부분을 재는 밴드 포인트 기술을 사용했다. 그런데 연구를 해 보니 낚싯대에는 필요하지만 골프 클럽 샤프트의 기능과는 아무 상관 없었다. 그래서 샤프트의 기술 테스트부터 다시 했다. 진동 흡수 기술과 다이내믹 진동학 같은 기술을 써서 샤프트를 만들었다.”

그래도 경영학을 전공한 사람이 탄소 섬유를 만들고 연구 인력이 풍부한 거대 업체들과 대항하는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유씨는 이렇게 답했다. “이 분야를 전공한 사람은 나보다 앞서 있을지 모르지만 목숨 걸고 일을 하지 않는다.”

골프공 테스트의 최적화 기술이 나온 건 5년에 불과하다. 미사일 등에서 쓰는 탄도학이 골프 기술에 응용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유씨는 말했다. “샤프트는 어렵고도 쉽다. 규정이라고는 원형이고 곧아야 한다는 것밖에 없다. 무궁무진한 것이 가능하다. 아직 골프 기술에는 1+1=2라는 답이 없다. 끝난 게 아니다. 골프의 기술이 이미 완성됐다면 많은 물량을 투입하는 회사가 이기겠지만 아직도 답은 없다. 그 답을 먼저 찾으면 최고가 될 수 있다.”

최경주는 99년 잠깐 이 샤프트를 썼다가 버렸다. 최경주와 MFS가 다시 만난 건 2002년 3월이었다. 용품 업체들은 대회장에 나가 물건을 내놓고 선수들에게 쓰도록 권유한다. 선수들이 쓰면 품질을 인정받는 것이다. 선수들이 어떤 용품을 썼는지 리포트해주는 회사도 있다. MFS는 이때 처음으로 PGA 투어에 물건을 가지고 나갔다. 역시 잘 안 됐다. 골프는 미국에서 백인 상류층이 하는 스포츠다. 동양 사람이 가지고 나온 샤프트를 거들떠 볼 선수는 없었다. 비 오는 날 또 허탕을 치고 담배를 피우던 유 사장을 최경주가 불렀다. 최경주도 허탈한 상황이었다. 번번이 컷 탈락을 할 때였다. 최경주는 시험 삼아 3번 우드에 MFS의 오렌지 샤프트를 끼웠다.

다음 대회에서 최경주는 컷 탈락했으나 감은 좋았다고 한다. 다음 달 최경주는 드라이버에도 오렌지색을 끼우고 나왔다. 공동 8위. 첫 톱 10이었다. 다음 대회에서는 공동 7위였다. 그러자 아이언의 샤프트까지 몽땅 바꿨다. 5월 컴팩클래식에서 최경주는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치켜들었다.

최경주는 오렌지색 MFS 샤프트 덕에 우승했다고 했고 그래서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를 오렌지색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샤프트를 계속 쓰지는 않았다. 그는 새로운 물건에 호기심이 많다. 그는 “안 해보고 ‘해볼 걸’ 하고 아쉬워하는 것보다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말하는 실용파다. 이상한 소리가 나는 사각 드라이버와 볼링을 하는 것 같은 퍼터를 들고 나오기도 한 그다.

이것저것 바꿔 보는 과정에서 최경주의 캐디백엔 MFS가 사라졌다. 그러나 올해 쓰기 시작한 R11 드라이버에 MFS 샤프트를 끼웠고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MFS 전재홍 사장은 “최경주의 8승에 우리 샤프트가 모두 들어가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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