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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에서 IMF 총재 나오려면 후보 단일화해야

중앙선데이 2011.05.22 02:30 219호 24면 지면보기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국제통화기금(IMF)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총재의 후임 인선을 위한 움직임이 빨라졌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선제 발언을 했다. “유럽연합(EU)이 총재 자리를 맡아야 하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다른 유럽 정치인들도 이를 지지했다. 반면 중국 외교부는 “IMF 후임 총재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능력에 따라 선출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은 스트로스칸의 후임을 유럽이 가져가는 걸 보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시장 고수에게 듣는다

IMF의 정책과 기금 운용에 대한 총재의 재량권은 상당하다. 총재는 187개 회원국을 잘 이끌어야 하며, 특히 투표권 순위가 높은 국가들과 긴밀해야 한다. 국가별로 경제력 규모에 따라 할당된 투표권은 서유럽 국가들에 편중돼 있는 상황이다.

이젠 사려 깊은 판단을 할 때다. IMF는 금융위기에 빠져든 유로존 국가들에 후하게 지원하는 입장을 지속해 왔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셈이다. 지난 60여 년간 암묵적인 동의에 따라 IMF를 맡아온 서유럽은 이 구도가 쭉 이어지기를 원한다. 좀 더 수월하게 그리스·아일랜드·포르투갈 등 재정위기에 빠진 국가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다. 유럽의 유력한 후보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이다. 악셀 베버 독일 중앙은행 총재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신흥 국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들은 오랫동안 이 자리를 놓고 겨룰 수 있는 날을 기다려 왔고, 2008년 금융위기와 스트로스칸의 몰락은 기회가 왔다는 의미다.

신흥국 출신으로는 7명의 강력한 IMF 총재 후보가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유럽이 내세우는 라가르드보다 유럽 위기에 대해 냉정한 입장을 갖고 있다. 이 중 가장 두드러지는 인물은 케말 데르비슈 전 터키 경제장관이다. 그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적인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인물이다. 트레버 마뉴엘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재무장관도 유력 후보다.

남미에서는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가 떠오른다. 아르미니오 프라가 전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도 후보군에 언급되지만 헤지펀드를 운영했던 경력 탓에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아시아는 세 명의 강력한 후보가 있다. 몬텍 싱 알루왈리아 인도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싱가포르 재무장관, 주민 전 중국은행 부행장이다. 그렇다면 남은 건 정치적 질문이다. 과연 브라질·중국·인도·남아공·터키 등 신흥국들은 단 한 명의 후보로 단일화를 이룰 수 있을까. 하지만 신흥국들이 한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주도적 역할을 할 사람이 누구인지는 불투명하다. 유럽에서는 이 역할을 프랑스가 탁월하게 해내고 있다.

아마 IMF 총재 도전자들이 당장 해야 할 일은 지금과 같은 구제금융안을 지속하겠다는 약속으로 유럽인들을 달래는 것일 것이다. 일단 IMF 총재를 바꾸는 것 자체가 공정한 정책의 길을 여는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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