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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장은 친환경 제품의 테스트 베드

중앙선데이 2011.05.22 02:25 219호 27면 지면보기
Q.그린(친환경) 경영이 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나요? 글로벌 전략과는 어떻게 연결됩니까? 많은 기업이 글로벌 전초기지로 중국을 택하는데 중국 시장이 어떤 의미가 있나요? 중국 시장에서 과연 그린 제품이 통할까요?

경영 구루와의 대화<7> 이윤재 피죤 회장②

A.기업은 반드시 성장해야 합니다. 양적으로 성장을 해야 회사가 질적으로 발전하고 좋은 사람도 뽑아 쓸 수 있습니다. 회사가 성장하려면 그린이라는 방향성을 견지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소비자가 그린이라는 가치에 이미 눈떴기 때문입니다. 세계시장을 겨누고 있다면 더더욱 그린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아야 합니다. 물론 나라마다 그린에 대한 눈높이가 다릅니다. 지구상에는 20년 전 우리나라 사람들의 환경의식 수준에 머물고 있는 국민도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세계적인 메이커들도 이런 나라엔 친환경적이지 않은 제품을 투입하는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그 사람들의 친환경 마인드를 높여가면서 우리의 시장을 넓혀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P&G나 유니레버 제품보다 더 친환경적인 제품을 들고 그런 나라에 들어가려고 합니다. 이런 생각의 저변엔 저개발국도 언젠가 잘살게 될 것이란 믿음이 깔려 있습니다. 저개발국은 최저임금 상승률이 30%가 넘습니다. 무섭게 성장하는 시장이죠. 세계 60억 인구 중 40%만 생활용품을 쓰게 되더라도 24억 명입니다. 결국에는 말 그대로 세계가 하나의 시장 될 거라고 봅니다.

그 교두보가 새삼스럽지만 바로 중국 시장입니다. 전 세계, 전 산업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중국에 들어가 있습니다. 전자제품, 자동차는 물론이고 의류, 제약, 피죤 같은 생활용품 회사도 다수 진출했습니다. 그래서 중국 시장을 들여다보면 세계 시장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죠. 이것이야말로 중국 진출로 얻는 가장 큰 소득이라고 봅니다.

한때 세계의 공장이었던 중국이 이제 세계의 시장이 된 겁니다. 상하이·베이징 같은 대도시는 사실 뉴욕이나 도쿄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이런 도시에 사는 고소득층의 소비성향은 실제로 선진국 사람들과 별 차이가 없어요. 명품 가운데 메이드 인 차이나도 많습니다. 물론 디자인이야 본사에서 엄격하게 관리하죠. 이런 변화의 시사점은 중국 시장에서 선전하면 세계 시장을 넘볼 수 있다는 겁니다. 중국에서 실패하면 세계 무대에서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중국은 섬유유연제도 잘 팔립니다. 그 바람에 저희가 만드는 피죤도 짝퉁이 나왔습니다. 이런 짝퉁 때문에 고전하다 문 닫는 회사도 많습니다. 그중엔 초일류 회사도 있어요. 여전히 중국은 리스크가 많은 시장인 것도 사실입니다.

중국 시장에 주목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이 나라의 환경 관련 규제가 매우 엄격하다는 겁니다. 한국보다 월등히 규제가 심해요. 젖병을 예로 들면 섭씨 100도에서는 어떤 유해물질이 나오면 안 된다는 식으로 상당히 구체적입니다. 그래서 이 기준을 충족시키려면 물건을 오랜 기간 테스트를 해가며 아주 잘 만들어야 돼요. 중국의 이런 환경 기준을 통과하면 친환경에 관심이 많은 세계의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습니다. 친환경 제품에 관한 한 중국은 테스트 베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중국 시장의 일차적 가치는 중국의 거대 시장 그 자체입니다. 미국이 그렇듯이 중국은 기후 면에서 아열대에서 한대에 걸쳐 있습니다. 하얼빈은 겨울에 영하 40도까지 내려갑니다. 사막도 있어요. 생활용품 제조업체로서는 신제품을 개발하기에 좋은 여건이죠. 중국은 또 거의 모든 원자재를 자국 안에서 조달할 수 있습니다. 임금이 많이 오른 것이 흠인데 이 문제는 자동화로 대처할 수 있습니다. 피죤은 지난해 중국에 재진출하면서 공장을 완전 자동화했습니다. 톈진에 있는 피죤 공장은 한국의 공장보다 자동화율이 훨씬 높습니다. 그래도 잡일 할 사람은 필요한데 이런 인력은 용역회사를 통해 썼습니다. 이렇게 해서 노무 문제에서도 벗어났습니다.

중국에서 생산을 하면 중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아시아 국가에 진출하는 데 유리합니다. 생활용품의 경우 중국 시장의 경쟁자는 중국 지역 기업입니다. 국토가 넓다 보니 대기업·중소기업 포함해 생활용품 회사가 상당히 많습니다. 중국 시장 공략에 대한 피죤의 원칙은 통일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지역별로 차별화하는 겁니다. 통일성은 물론 친환경이라는 가치입니다. 피죤은 어디에 진출하든 인체에 해로운 제품은 만들지 않습니다. 다른 한 가지는 피죤이라는 브랜드를 유지하는 겁니다. 세계 시장에 진출할 때 부닥치는 것이 바로 상표권 문제입니다. 그래서 진출 대상 국가에 피죤의 비둘기 로고를 등록해 놓았습니다.

사실 다국적기업은 겁나지 않습니다. 우리도 약점이 있지만 다국적기업도 나름의 약점이 있습니다. 단적으로 덩치가 커지면 행동이 둔해집니다. 그래서 지역별로 대처하는 과정에서 유연성이 떨어집니다. 지역별로 재량권을 부여하면 이번엔 본사의 통제력이 약화되죠. 비용은 비용대로 들어가는데 로컬 경쟁력이 떨어지는 겁니다. 여기저기서 일을 벌이다 몰락하는 국내 대기업들도 부분적으로는 숱한 현지법인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다국적기업은 지역별로 차별화하기가 어렵습니다. 대안은 되는 지역만 거점을 유지하고 안 되는 데서는 철수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렇게 되면 틈새가 생기게 마련입니다. 우리는 그 틈새시장을 노립니다.

피죤은 중국의 동북지방을 공략한 후 남방으로 지경을 넓힐 겁니다. 실은 한·중 수교 직후인 1992년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고배를 들었습니다. 조선족을 염두에 두고 지린성에 합작 기업을 설립했었죠. 당시 제품 홍보를 하느라 현지 지역 방송국에 홍콩에서 입수한 미국 영화 비디오 테이프를 제공했습니다. 지적재산권 개념이 없을 때의 일이죠. 방송사 측은 이 영화를 틀어주는 피죤 무비 아워를 편성했습니다. 여기에 앞뒤로 피죤 광고도 붙였죠. 프로그램의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이 영화를 보는 것이 그 지역 사람들의 유일한 낙이다시피 했어요. 방송국 측엔 전파 사용료 조로 피죤을 제공했습니다. 이 아이디어 덕에 그 지역에 진로·보르네오가구 등 유명 기업이 꽤 있었지만 피죤의 인지도가 가장 높았습니다.

그러나 비즈니스로서는 실패했습니다. 합작 파트너가 국영기업이었는데 사회주의 시장경제 초기라 자본주의에 대한 학습이 돼 있지 않았습니다. 비즈니스에 대한 개념이 아예 없었어요. 배후 시장도 열악했습니다. 지린성 등 동북3성은 시장 규모는 컸지만 소득이 낮았습니다. 이런 시행착오를 거름 삼아 이번엔 단독으로 진출했습니다. 피죤이 중국 다음으로 노리는 시장은 동남아와 중동입니다. 어쩌면 다음 세대의 몫이 될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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