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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래 컨벤션 산업계의 애플 될 자격 충분”

중앙선데이 2011.05.22 01:09 219호 10면 지면보기
로히트 탈와(50·사진)는 서울시와 손잡은 영국의 퓨처리스트(futurist)다. 그는 영국 런던의 미래 전문 컨설팅사 패스트퓨처(www.fastfuture.com)의 설립자 겸 대표다. 그는 지난 3월 서울시가 주도하고 런던·시드니·토론토·더반(남아공)·샌프란시스코·아부다비(UAE) 등 6개 도시가 참여한 미래컨벤션도시연합(FCCI)의 초대 사무총장(executive director)이 됐다.

미래를 그리는 사람들 서울과 손잡은 영국 퓨처리스트 로히트 탈와

국제회의·국제전시, 기업체 포상관광 등을 유치해 부를 창출하는 마이스(MICE:Meeting·Incentive travel·Convention·Exhibition의 약자)산업은 공해 없고, 수익성 높은 대표적 미래산업으로 꼽힌다. 정부는 2009년 1월 MICE 산업을 17개 국가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선정했다. 2007년 기준 4조원대의 MICE 산업 규모를 2018년 22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FCCI는 주요 대륙별 7개 도시가 국가신성장동력의 하나인 MICE산업을 주도할 중심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힘을 모으자며 만든 국제도시연합 협의체다. 탈와는 FCCI의 사무총장으로 MICE산업의 미래를 위한 리서치와 전략을 짜는 임무를 맡았다. 탈와와의 인터뷰는 지난 3월 방한 때 한 차례 만난 이후 e-메일과 페이스북 등으로 진행됐다.

-왜 FCCI의 사무총장을 맡게 됐나.
“2년 전 런던에서 열린 컨벤션업체 국제행사에서 서울시 산하 서울관광마케팅의 구삼열 대표를 만났다. 그때 국제컨벤션협회(ICCA)의 연구프로젝트 ‘컨벤션 2020’의 주요 후원자인 서울시를 알게 됐고, 구 대표에게 컨벤션 관련 국제도시연합 조직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이후 런던과 서울을 오가며 계속 얘기를 나눈 끝에 FCCI를 결성하고 나는 총장을 맡게 됐다.”

-퓨처리스트가 컨설팅 차원을 넘어, 특정단체의 사무총장을 맡는 건 이색적이다.
“왜 안 되나. 세계 최대 석유회사 로열더치셸을 봐라. 로열더치셸은 미래예측에 성공함으로써 세계 3위의 그룹이 됐다. 이 회사는 1960년대 말 미래예측연구소를 만들었다. 71년 유가는 배럴당 1.19달러였다. 연구소에서 몇 년 후에 유가가 20~30달러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당시 대부분 기업이나 전문가들은 코웃음을 쳤다. 결국 73년 오일쇼크가 터지면서 이 예측은 맞아떨어졌다. 내가 운영하는 패스트퓨처는 여행·회의·국제행사 등 분야의 미래를 전문으로 연구하고 있다. 그간 ICCA의 의뢰를 받아 연구해온 컨벤션산업의 미래 조사 프로젝트인 ‘컨벤션 2020’을 구체적인 현장에서 직접 펼쳐보자는 데 의미가 있다.”

-FCCI의 역할이 뭔가.
“FCCI는 세계 주요 도시들이 연합해 만든 리서치 에이전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세 가지 일을 한다. 첫째, 회원 도시들이 그간의 경험과 전문성을 공유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둘째, 리서치를 통해 회원 도시들이 다른 주요 도시들보다 더 뛰어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셋째는 리더십이다. 관련 리서치를 통해 회원 도시들이 경쟁력을 가지고 다른 도시들을 리드해갈 수 있도록 해준다.”

-FCCI가 회원 도시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기여할 수 있다는 건가.
“가장 큰 장점은 FCCI를 통해 서로 배울 수 있다는 거다. 경험이 적은 도시는 과거 국제행사를 잘한 경험이 있는 도시에서 배울 수 있다. 예를 들면 컨벤션센터를 운영하기 위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과 같이 구체적인 것까지 말이다. 또 소위 ‘앰버서더 프로그램(Ambassador program)’ 같은 것도 있다. 예를 들면 국제행사 유치 때 유명인 또는 특정 산업 분야의 전문가나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을 홍보대사로 대동해서 그들의 영향력에 힘입어 유치활동에 나서는 거다.”

-한국의 컨벤션산업의 미래에 대해 얘기해 줄 수 있나.
“ICCA에 따르면 한국은 현재 컨벤션 유치 분야에서 세계 11위의 위치에 있다. 5년 후엔 아마 세계 5위 자리를 넘볼 수 있을 것이다. 단,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있다. 고객의 니즈(needs) 변화를 잘 이해해야 한다. 우선, 국제행사 유치산업은 경쟁이 매우 심하다. 1만 명이 모이는 콘퍼런스가 있다면 이를 유치하기 위해 호텔 숙박료를 깎아 준다든지, 행사장 비용을 공짜로 해준다든지, 아니면 돈이 아닌 특별한 매력적인 제안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특정 콘퍼런스를 유치하려면 먼저 그 분야를 잘 이해해야 한다. 예전에는 행사를 유치하기 위해 호텔·컨벤션 시설 등을 잘 갖추면 됐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런 시설을 훌륭하게 갖춰 놓고 있다. 시설만으로는 경쟁이 안 된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혁신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 노키아와 애플의 예를 봐라. 시장의 급속한 변화에 재빨리 적응해 나가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컨벤션 산업에서 서울의 장점을 말하자면.
“뛰어난 인프라다. 세계적 수준의 호텔·공항·항공사·컨벤션 시설 등이다. 교통은 정체가 좀 심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역시 훌륭하다. 코엑스의 경우 행사장 반경 15분 거리 안에 모든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심지어는 전통 사찰까지도. 나는 한국이 미래에 컨벤션산업의 애플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전엔 정말 보잘것없는 선수였지만, 순식간에 세계 11위의 자리에 오른 저력을 보여준 국가가 바로 한국이다.”

-아무리 그래도 파리나 로마 등 역사와 볼거리가 가득한 나라를 따라가긴 어려울 것 같은데.
“국제행사는 매년 같은 곳에서만 열릴 수 없다. 사람들은 새로운 곳을 가보고 싶어한다. 세계 컨벤션시장의 동향을 보면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성장세가 유지되는 반면 파리나 빈·제네바 등 전통 유럽 도시들은 성장률 감소가 두드러진다.”

-컨벤션 산업을 떠나서 당신이 하고 있는 미래연구에 대해 묻고 싶다. 영국 등 유럽의 미래학은 또 다른 미래학의 축인 미국과 다른가.
“미래학에 대한 단일한 정의는 없다. 연구자마다 제각각의 관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역별로 어느 정도 특성이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뛰어난 과학기술 전문 미래학자가 많고, 교육·의학·치안유지 등의 영역에서도 전문가가 많이 활동하고 있다. 반면 유럽에서는 미래탐색 과정 자체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유럽인들은 경제·정치·과학·환경 등의 분야를 관통하는 글로벌한 관점에서의 미래학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 퓨처리스트로서 당신의 전공 분야는 뭔가.
“나는 학부에서 전자공학과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런던비즈니스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쳤다. 그간 나만의 미래학 방법론을 개발해 냈다. 나는 회의와 여행·항공·레저·전략적 혁신, 신수종산업 등의 분야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미래학이란 뭔가.
“트렌드와 변화의 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미약한 신호(weak signal), 또 이런 것들이 어떻게 합쳐져서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한 탐구 등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언제, 왜 퓨처리스트가 됐나.
“1961년 9월 18일 내가 태어난 그날부터 난 항상 세상을 변화시켜 나가는 것, 새로운 것들에 대해 호기심이 많았다. 나는 변화하는 세상을 알고자 하고, 그 변화에 대응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돕고 싶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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