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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선 정색하고 비판..한편에선 “마케팅 전략” 폄하

중앙선데이 2011.05.21 13:26 219호 5면 지면보기
최근 수퍼맨이 미국 시민권을 포기했다는 소식은 개인적으로 무척 흥미로웠다. 수많은 이민자가 불법을 감행해서라도 미국 시민권을 따기 위해 애쓰는 마당에 쿨하게 미국 시민권을 반납하다니, 역시 영웅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김수경의 시시콜콜 미국문화 : 수퍼맨의 미국 시민권 포기 선언

수퍼맨이 미국 시민권을 포기한 이유는 간단하다. 세계시민이 되기 위해서다. 미국의 만화잡지 액션코믹스 최근호에서 수퍼맨은 이란의 테헤란에서 반정부 시위에 가담하려고 하지만 미국 정부의 요원으로부터 저지당한다. 이에 그는 “내 활동이 미국 정책의 도구가 되는 것이 싫다. 미국의 방식, 그것만으로는 이제 충분치 않다”고 말한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자신의 활동이 미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좌우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일종의 독립선언인데, TV에서는 아예 정색하고 토론까지 벌였다. 공화당 소속 정치인 마이크 허커비는 “요즘 미국인들은 (이유 없이) 자신이 미국인임을 사과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곤 하는데 수퍼맨의 행보도 이런 트렌드를 대변한다”며 “미국을 비판하는 국민은 다른 나라에 가서 고생을 해봐야 미국이 얼마나 좋은 나라인지 알 것”이라고 말했다.

세상에, 만화 캐릭터 하나 때문에 이 난리라니, 설마 다들 수퍼맨이 진짜 존재한다고 믿기라도 하는 것일까. 수퍼맨은 원래 크립턴 행성 출신이니 그의 미국 시민권 포기를 둘러싼 한바탕의 소동을 보고 정작 어이없어 해야 할 사람(아니 외계인)은 크립턴 시민이다.

그런데 그의 시민권 포기는 시기가 좋지 않긴 했다. 그의 발언 직후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되면서 미국의 애국주의는 최고조에 달했다. 모두가 성조기를 흔들며 미국의 승리를 외치던 그때, 수퍼맨만이 홀연히 더 이상 미국인이길 거부한다니 미국인의 입장에선 배신감이 들 수밖에.
이 모든 해프닝이 마냥 웃어넘길 수 없는 불편감을 주는 까닭은 바로 의식의 과잉, 혹은 이념의 과잉이다. 각종 미디어를 통해 반복 재생산되는 논쟁들로도 모자라 이제는 만화에서조차 미국의 방식을 놓고 이념 논쟁을 해야 하다니, 왜 이렇게 피곤하게 사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한편으로 수퍼맨이 세계시민이 되겠다고 한 것은 세계시장을 겨냥한 일종의 마케팅 전략이라는 시선도 있다. 실제로 해리 포터나 트랜스 포머와 같은 무국적 캐릭터들이 등장한 영화의 경우 해외에서 거둔 흥행 수익이 미국 내 수익의 두 배에 달했지만, 스파이더맨이나 아이언맨처럼 미국적 캐릭터들이 등장한 영화는 해외 수익이 미국 국내 수익에도 미치지 못했다.

어차피 만화라는 것도 일종의 상품이다 보니 이념이니 뭐니 하는 것은 다 헛소리고 결국 이 모든 것이 돈 때문이라면 그나마 이해가 쉽게 될 듯하다. 돈만 많이 벌어다 준다면야 제작자 입장에서 수퍼맨이 미국 시민이든 안드로메다 시민이든 무슨 상관이랴. 제발 웃자고 한 얘기에 죽자고 덤비지 좀 말자. 수퍼맨이 날고 있는 그 하늘에는 애당초 국경이란 없다.



김수경씨는 일간지 기자로 근무하다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에서 유학하고 있다. 대중문화 전반에 폭넓은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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