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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국 전격 방문한 김정일 위원장이 할 일

중앙일보 2011.05.21 03:00 종합 34면 지면보기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일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지난해 두 차례 방문에 이어 올해 또 방문한 것이다. 그만큼 김정일 위원장은 중국에 많은 것을 의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선 경제 문제가 가장 급한 듯하다. 지난해 두 차례의 방문 결과 중국은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대폭 늘려가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 결과로 북한의 나선 특구에 대한 중국 기업의 투자를 늘리고 중국 훈춘과 나선을 잇는 도로를 새로 포장하며 압록강 하류 황금평 삼각주를 공동개발하기로 하는 등 대대적인 협력사업이 추진돼왔다. 특히 낙후된 동북 3성 지역의 발전을 위해 창·지·투(長·吉·圖:창춘·지린·투먼) 개발계획을 추진해온 중국은 북한이 이에 참여해주도록 설득해왔다. 창·지·투 개발의 성공 여부는 북한 나선항을 통한 동해 출항권을 확보하는 데 따라 결정적으로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중 간 경제협력이 실제 추진되는 데는 이런저런 장애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각종 경협사업 계약이 체결됐지만 실제 사업 이행은 진척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정일의 방문에 따른 합의였는데도 북·중 양측이 바라는 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는 셈이다. 중국이 북한에 바라는 것과 북한이 중국에 바라는 것 사이에 적지 않은 괴리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정일의 이번 방문은 1차적으로 이런 문제들을 풀어보려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밖에 식량과 무기 등을 지원받으려는 목적도 있는 듯하다.



 북한은 이처럼 갈수록 중국에 매달리는 모습이다. 6자회담의 정체와 국제 제재의 강화, 천안함·연평도 공격에 따른 남쪽으로부터의 자금 유입 급감 등으로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가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해야 할 상황이다. 특히 이번 김정일 방문으로 북·중 경협이 결정적으로 확대된다면 북한 핵문제나 남북관계 전망에도 다각도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북한이 경제개발을 이뤄나간다면 크게 보아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중국의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개발 경험을 북한이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은 금강산지역이나 개성공단 등 외부에 개방되는 경제특구가 북한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강력히 차단해왔다. 그러나 아무리 막으려 해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시장의 확산을 되돌리기 위해 시도한 화폐개혁이 단기간에 실패로 끝난 사실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중국과의 경협 확대만으로 북한이 안정적인 생존을 보장받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근본적인 체제 개혁 없이는 만성적인 경제난을 해소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핵문제 해결, 대남 공격 중단 등을 통해 외부세계와 화해를 추구하지 않는다면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극히 낮다. 김정일 위원장을 포함한 북한 지도부가 이 같은 점을 헤아려 하루빨리 결단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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