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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지의 240여 한인 인터뷰·사진집 『교포(Kyopo)』 펴낸 신디 황

중앙일보 2011.05.21 01:21 주말섹션 12면 지면보기



한 뿌리서 나온 한인들 오늘의 모습 담고 싶었어요



신디 황



소설가 이창래, TV 앵커 주주 장, 영화배우 대니얼 대 김, 패션디자이너 벤저민 조, 리얼리티 쇼 ‘서바이벌’ 우승자 권율 …. 그들은 편안한 옷차림으로 미국 뉴욕 맨해튼 그래머시파크에 있는 사진작가 신디 황(37)의 스튜디오 하얀 벽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유명인사만 그녀의 카메라 앞에 선 것은 아니다. 2004년 11월~2009년 5월 사이 세탁소 주인, 초등학교 학생, 입양 한인, 풋볼 선수, 태권도 사범, 그리고 혼혈 한인 등이 모델이 됐다. 미국은 물론 캐나다·중국·덴마크·프랑스·필리핀·쿠바·브라질·아르헨티나 등지에서 살고 있는 240여 명의 한인이다. 신디 황은 8월 이들의 사진과 인터뷰를 담은 사진집 『교포(Kyopo)』를 출간할 예정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두 살 때 메릴랜드주 로크빌에 이민한 신디는 패션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다가 독학으로 사진작가가 됐다. 2009년부터는 베이징에 살며 이민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의 별명은 한국 이름 조현과 미국 이름 신디를 합친 ‘시조(CYJO)’다.



뉴욕중앙일보=박숙희 문화전문기자 sukie@koreadaily.com





●출간하는 데 오래 걸렸다.



 “7년간 품고 있다가 출산한 내 아기와도 같다.”



●교포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는.



 “2004년 한국문화를 주제로 한 상품을 제작할 기회가 있어서 연구하던 중이었다. 맨해튼 국제사진센터 서점에서 중국의 결혼식, 일본의 거리 패션 등 사진집을 봤다. 그런데 한국 사진집은 없었다. 난 사진과 텍스트로 우리 시대 한인들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 또 같은 뿌리를 가진 한인들이 다른 사회 속에서 어떻게 보여지는지 궁금했다.”



●몇 명이 담겼나.



 “당초 예정은 100명이었다. 그동안 240명의 사진을 찍었고, 237명을 인터뷰했다. 책을 내기 위해 기금을 마련하는 동안 계속 작업을 하게 돼 예정된 수치를 훨씬 넘어서게 됐다.”



●모델 선정 기준은.



 “소개에 소개가 이어지는 민초 방식으로 진행했다. 나는 학자가 아니라 예술가다. 내 책은 메시지를 강요하는 게 아니라 독자들이 사진을 보면서 메시지를 형성하는 것이다.”



●모델들이 거의 전신 차려 자세에 무표정인 이유는.



 “패션 비즈니스에서 일하면서 모든 게 상업적이었다. 이 프로젝트에선 개인들이 세밀하게 기록되고 관찰되기를 원했다. 보는 이들이 각 개인을 비교해 볼 수 있도록 했다. 어느 일요일 아침 문득 생각해 냈고, 그대로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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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을 거부한 한인도 있었나.



 “세탁소 주인 한 분이 거절했다. 그분은 ‘성공했거나 유명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이 책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셨다. 내 책은 배경이나 사회경제적인 지위와 상관 없이 개인들을 모으는 프로젝트라고 설명했지만, 그분은 원치 않았다.”



●촬영 전 의상에 관해 의논했나.



 “안 했다. 가장 편안한 차림으로 오라고 했다. 캘리포니아에서 오자마자 친구와 함께 와서 촬영한 판사는 스니커즈 차림이었다. 에스터 채(배우)는 몸에 스카프 한 장만 걸쳤다. 스티브 번(스탠드업 코미디언)은 자신의 티셔츠를 찢더니 어깨 너머로 던진 후 몸을 돌려 전면 자세를 취했다.”



●촬영 당시와 지금, 인생이 크게 달라진 사람이 있나.



 “린다 최 베스터가드(건축가)는 처음에 한국문화와 가장 먼 인물이었다. 덴마크에서 한국문화를 접할 기회가 미미했다. 뉴욕의 건축회사에 6개월 인턴십을 하러 와서 27년 만에 처음 조상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었다. 불고기도 맛보고…. 린다는 일란성 세 쌍둥이였는데, 다른 두 자매도 덴마크의 농가에 입양됐다. 그들 모두 친부모를 만나고 싶은 열망이 없었다. 그런데 린다는 생각을 바꿔 한국에서 친부모와 상봉하게 됐다.”



●잊혀지지 않는 모델은.



 “9·11 때 남편을 잃은 뒤 방글라데시에서 고아원을 시작해 아이들을 돕고 있는 패트리샤 한. 세라 최는 혼자서 프라더 윌리스 신드롬(Prader Wilis Syndrome)을 앓고 있는 아들과 세 딸을 키우면서 장애아 가족을 도울 수 있도록 알래스카의 정책을 바꾸었다. 흑인 혼혈인 조너선 립케는 한국에서 힘들게 자라 열한 살 때 브루클린의 민권운동가 가족에 입양됐다. 그가 자신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처음엔 배신감을 느끼다가 자신의 문화로 복귀하는 것은 정말 인상적인 이야기다.”



●재미난 모델도 있었나.



 “코미디언 보비 이는 홍보사진을 찍어달라면서 전라에 양말만 신었다. 물론 사진에선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책에 담고 싶었지만 빠진 인물은.



 “워싱턴DC 교육감을 지낸 미셸 리와 풋볼 스타 하인스 워드다. 미셸은 공립학교 시스템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킨 최전선의 인물로 포함하고 싶었는데 안 됐다. 워드도 너무 바빠 뉴욕에 올 수 없었다.”



●다음 계획은.



 “교포 프로젝트를 유럽, 베이징, 서울에서 전시할 예정이다. 최근 2년간 베이징에 살면서 5세부터 80세까지 중국의 이민자 50명의 손을 담은 사진과 비디오 작업 ‘지주(Substructure)’를 지난해 전시했고, 올 9월엔 런던에서 선보인다. 상하이, 홍콩,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에서도 전시를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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