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 노벨과학상 출발선에 올랐다”

중앙일보 2011.05.21 00:50 종합 12면 지면보기



‘과학벨트의 아버지’ 민동필 기초기술연 이사장





“일본이 100대가 넘는 각종 가속기를 가동하면서 수시로 노벨 과학상을 탈 때는 정말 부러웠어요. 과학벨트 입지가 결정돼 우리도 ‘꿈의 레이스’ 출발선에 올라선 느낌입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를 처음 구상한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기초기술연구회 민동필(64·사진) 이사장은 과학벨트 입지가 결정된 뒤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중이온가속기를 갖추고 최정예 기초과학자들이 운집할 기초과학연구원이 과학벨트 안에 들어서면 우리나라도 과학 선진국과 어깨를 겨룰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는 것이다.



 -‘과학과 예술이 만나는 은하도시’의 구상이 과학벨트가 됐다. 처음의 생각이 많이 반영됐나.



 “당초는 ‘한국의 아테네’를 꿈꿨다. 중이온가속기와 음악회가 함께하는 식의 융합 도시를 만들려고 했다.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면서 그 희망은 날아갔다. 그러나 한국의 과학자들이 한국의 중이온가속기를 이용해 우주 생성의 원리를 탐험하고, 과학자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과학마당’은 온전히 구현되는 것 같다.”



 -과학벨트에 정치 입김이 너무 작용한다는 지적이 많다.



 “과학벨트와 같은 거대 과학이 정치의 힘을 빌리지 않고 이뤄지기는 어렵다. 그러나 정치는 밀어 주는 역할로 만족해야지 시시콜콜 간섭하면 결국 실패만 남을 뿐이다. 과학벨트의 방향타는 과학자들에게 전적으로 맡겨야 한다. 무엇을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는 과학자들이 누구보다 더 잘 알기 때문이다.”



 -당장 올 12월이면 과학벨트의 핵심 연구소인 ‘기초과학연구원’이 간판을 내건다. 구태의연한 운영을 안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나라의 현 상황에서 가장 시급히 요구되는 게 과학벨트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물론 프로젝트나 연구단이나 처음 기획 단계에서는 치밀성을 기하기 위해 감독기관의 간섭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 번 결정되면 끝까지 믿고 맡겨야 한다. 과학자들의 속성은 상황이 변할 때마다 최상의 길을 선택한다. 간섭은 이런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은커녕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



 -과학벨트에 필요한 우수 연구원만 3000여 명이 필요하다. 인재 부족이 심각하지 않나.



 “과학벨트는 국내뿐 아닌 국제과학계의 우수 인력이 누구나 올 수 있게 개방한다는 게 정부의 기본 방침이다.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시설과 연구인력, 자금을 지원한다면 세계적인 과학자들이 앞다퉈 몰려올 것이다. 이런 환경을 만드는 것이 과학벨트의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현재 국내에서 시행하고 있는 해외 석학 초빙 프로그램은 한 사람당 연간 수억원씩을 지원해 주고 있다. 그래서 한국이 국제과학계 ‘봉’이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철학을 가지고 해외 연구자들을 받아들인다면 그런 소문은 절대 나지 않을 것이다. 조급하게 서두르고, 실적에 급급해 사람을 채우기만 하다가는 낭패를 볼 가능성도 있다. 그 역시 과학자들의 손에 맡기면 실패 가능성은 훨씬 줄어든다. 뛰어난 연구자들을 어떻게 대접하고, 어떻게 해주면 좋아하는지를 같은 세계에 있는 사람들이 더 잘 안다.”



 -과학벨트가 완성되면 노벨 과학상을 많이 받을 수 있나.



 “‘과학벨트=노벨 과학상’의 등식은 어울리지 않는다. 과학벨트를 하는 것이 노벨상을 받으려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벨 과학상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연구 성과가 쏟아질 수 있는 연구 토양을 제공하는 것은 분명하다.”



 -과학벨트는 이명박 정부 프로젝트다. 다음 정권에서도 계속될지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학벨트는 어떤 한 정권의 프로젝트가 아닌 국가 프로젝트라는 인식을 해야 한다. 국가 전체 장래를 본다면 중단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과학벨트를 추진해야 한다고 전국의 기초과학자 1만여 명이 서명을 한 것에서도 그 중요성을 읽을 수 있다.”



 -완성된 과학벨트가 바꿀 미래의 한국 과학계 모습을 이야기해 달라.



 “청소년들은 과학자로서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곳이 생기고, 국민은 한국에도 이런 곳이 있다는 자긍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일본의 이화학연구소, 독일의 막스플랑크보다 더 훌륭한 연구단지가 생기는 것이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