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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근혜, 밀실정치 하려는가

중앙일보 2011.05.21 00:09 종합 34면 지면보기
한나라당 황우여 신임 원내대표가 19일 박근혜 전 대표를 비밀리에 만난 데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 일반 유권자 입장에서 두 사람이 어떤 의견을 주고받았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만남의 형식과 그 과정에서 보여 준 행태다. 주고받은 의견은 한나라당 내 현안에 불과하지만, 만남의 모양새는 정치 리더십의 수준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급하게 약속장소를 바꾸고, 대기 중이던 취재차량을 따돌리는 등 모양새가 볼썽사나웠다. 회동 이후 황 원내대표가 박 전 대표의 말씀을 적은 메모를 보며 설명하는 모습도 보기에 안타깝다. 비공개를 원한 것은 박 전 대표였다. 나름 이유가 있었다고 한다. 공개할 경우 당 대표 권한대행이기도 한 황 원내대표 위에 군림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질까 우려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밀실회동은 박 전 대표가 우려했던 바로 그 나쁜 이미지를 더 강하게 남겨 버리고 말았다.



 언론을 따돌리기 위한 숨바꼭질은 ‘밀실정치’를 떠올리게 했다. 황 원내대표의 수첩은 ‘수렴청정(垂簾聽政)’ 이미지까지 불러일으켰다. 21세기 정치지도자로서 당연히 청산해야 할 구시대적 정치행태, ‘닫힌 정치’의 모습들이다. 뭐가 떳떳하지 못했고, 뭘 감추려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박 전 대표가 그토록 지키고자 애써온 ‘신뢰’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박 전 대표 입장에선 ‘사소한 회동에 너무 많은 비난이 쏟아진다’고 생각하기 쉽다. ‘과도하게 느껴지는 비난’은 4·27 재·보선 이후 달라진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위상에 따른 당연한 결과다.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하고, 그 결과 원내대표 경선에서 주류가 패배하는 격랑의 바닥을 관통하는 저류는 ‘변화’를 요구하는 민심이다. 박 전 대표는 원하든 원치 않든 그 한가운데 서 있다. 더 많은 주목은 더 많은 기대나 마찬가지다.



 박 전 대표가 지금까지 보여온 소극적인 모습은 이제 더 이상 ‘국정에 협력하는 자세’가 아니라, ‘작은 기득권에 안주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 각종 현안에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그에 따른 책임 역시 확실하게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박 전 대표는 아직 더 많은 것을 유권자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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