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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주한미군 고엽제 매립 철저히 파헤쳐야

중앙일보 2011.05.21 00:09 종합 34면 지면보기
주한미군이 1977년 경북 칠곡의 ‘캠프 캐럴’에 50여t의 고엽제(枯葉劑)를 묻었다는 충격적인 증언이 나왔다. 다이옥신으로 만든 고엽제(에이전트 오렌지)는 베트남 전쟁 이후 각종 암과 신경마비 등의 후유증을 유발한 맹독성 화학물질이다. 이런 독극물이 낙동강 본류와 채 1㎞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30년 이상 묻혀 있었다는 미 퇴역병사들의 고백은 할 말을 잃게 한다. 아무리 오래전의 이야기라 하더라도 이런 범죄적 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돌이켜보면 주한 미군의 환경 오염 사건은 한두 번이 아니다. 수많은 기지가 기름 오염으로 몸살을 앓았고, 서울 용산기지에선 미군 병원에서 쓰던 페놀을 한강에 몰래 방류한 사건까지 일어났다.



 이번 고엽제 매립은 이런 사례들과 차원이 다른 심각한 사안이다. 만에 하나 부식된 드럼통에서 다이옥신이 흘러나와 낙동강을 오염시켰다면 엄청난 환경재앙을 부를 수 있다. 더구나 이번 사건은 34년 만에 불거졌다. 모든 주한 미군기지들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국민 정서에도 악(惡)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만에 하나 진상 규명과 수습을 주저하면 제2의 효순·미선양 사건으로 번질 수 있다. 9년 전의 이 사건도 미군 전차에 두 여중생이 깔려 숨진 사고였지만, 미군이 가해자를 싸고도는 바람에 반미감정과 함께 전국적인 촛불시위를 촉발하지 않았던가.



 환경부가 곧바로 미국에 신속한 진상 규명을 요구한 것은 당연한 조치다. 미군은 관련 자료들을 토대로 매립을 지시한 범인을 찾아내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파묻은 고엽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즉각 제거하고 해독(解毒)조치에 나서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또한 한·미 양국은 주변 주민들의 건강 조사를 실시하고, 피해 사례가 나타나면 충분한 보상을 해야 한다. 나아가 양국은 반환을 앞둔 전국의 모든 주한 미군기지들에 대해서도 환경오염 공동조사를 실시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고엽제 사건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고 제2의 효순·미선양 사태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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