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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제비가 돌아오면 인간 수명 4년 연장된다"

중앙일보 2011.05.18 11:44



사람과 가장 가까이 살던 '봄의 전령사' 다 어디로 갔을까?





최근 제비를 찾아보기 어렵다. 강남 갔던 제비는 다 어디로 갔을까?



생태전문가들은 과다한 농약 사용으로 인한 환경오염과 각종 환경호르몬의 직·간접적인 섭취로 수컷의 정자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제비가 살 수 없는 자연환경이 됐다는 얘기다. 제비가 살기 힘든 곳은 사람이 살기에도 좋은 환경이 아니다. 환경전문가인 윤종길(환경과원예 기자)씨는 “제비가 돌아오면 국민의 수명이 4년은 연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비는 오래전부터 이른 봄이면 강남(동남아시아 ·호주 ·남태평양 등)에서 겨울을 나고 우리나라로 돌아오는 대표적인 여름 철새다. 제비는 사람과 가장 가까이 지내는 새이다. 봄이 오면 지난해 살았던 둥지로 돌아와 둥지를 고치거나 처마 밑에 새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아 새끼를 키운다. 제비의 출현은 봄의 서막을 알리는 것이었다. 제비가 봄의 전령사 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것이다.



5~6월은 제비들이 집중적으로 새끼를 키우는 시기다. 이맘때쯤이면 대부분의 둥지에서는 제비가 부화해 ‘지지배배’ 소리로 시끄럽다.



하지만 제비를 마지막으로 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없는 한국인이 부지기수다. 도심에서 자취를 감춘 제비는 2000년에 이미 서울시에서 보호종으로 지정했다. 일각에서는 천연기념물로까지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다.



도시만의 현상은 아니다. 논밭과 전통가옥이 많은 농촌, 특히 한반도 최남단 제비가 가장 많이 오는 해남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최근 제비가 사라지자 초등학교 교사들이 ‘흥부전’을 소개할 때 진땀을 흘린다고 한다.



국립환경과학원이 2000년부터 대도시를 제외한 전국 400곳의 제비 수를 조사한 결과 2000년에는 100㏊당 37마리였지만 2002년에는 22.1마리, 2004년에는 20.6마리, 2009년에는 21마리로 계속 줄고 있는 추세다.



가장 큰 이유는 환경오염이다. 경희대학교 생물학과 유정칠 교수는 “농촌에서는 과다한 농약 사용 때문에 주식인 곤충이 줄어들었다”며 “도시에서는 각종 환경호르몬의 직·간접적인 섭취 때문에 수컷의 정자가 줄고 알 부화율도 줄었다”고 말했다.



주거환경의 변화도 제비를 내쫓았다. 유 교수는 “무분별한 개발로 시골엔 논밭이 줄었고 도시엔 처마가 사라졌다”며 “과거 주택가 처마 밑에 쉽사리 둥지를 틀던 제비가 아파트와 콘크리트 건물의 증가로 살 곳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환경과학원 유병호 과장은 “제비가 다시 돌아오고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독성이 강한 농약사용부터 제한해야 한다”고 말한다.



심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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