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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전역하는 샤프 주한미군사령관 부부 … 용산 관저 ‘힐탑 하우스’ 언론 첫 공개

중앙일보 2011.05.18 01:38 종합 4면 지면보기



샤프 “혹한 속 DMZ 보초병 인상적” 조앤 “91세 백선엽은 애국자”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과 부인 조앤이 16일 서울 용산의 관저 힐탑 하우스 앞마당에서 애견 엘리와 함께 산책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과의 인터뷰는 부인 조앤 샤프(Joanne Sharp)가 함께한 가운데 서울 용산의 사령관 관저 ‘힐탑 하우스’에서 이뤄졌다. 관저는 50여 년 전 지어진 단층 목조건물로 소박했다. 응접실 한쪽엔 1952년 샤프 사령관이 태어났을 때 한국전쟁에 참가 중이던 부친(작고)과 함께한 가족 사진, 이명박 대통령 및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진열돼 있었다. 1시간가량의 인터뷰 내내 11살짜리 애견인 엘리가 부부 옆에서 조용히 자리를 지켰다. 주한미군사령관이 관저를 언론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하루 일정이 궁금하다.



 “나의 하루 일과는 북한에 대한 정보보고를 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여러분이 상상할 수 있는 북한의 모든 움직임들을 주시하고 있다. 지난 수개월간 북한은 아주 조용했다(quiet). 그들은 지금 식량을 요구하고 있다. 아무런 약속도,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도발 후에 보다 많은 식량을 얻으려는 과거의 사이클을 반복하고 있다. 북한의 추가 도발을 우려하는 이유다. 현재 북한의 모드는 대화와 식량지원 호소에 맞춰져 있다.”



 -1996~98년 존 틸럴리 주한미군사령관의 인사참모에 이어 주한 미 2사단 부사단장으로 근무했다. 그때와 지난 3년간을 비교하면.



 “당시 한국군과 긴밀히 일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도 한국군은 강했지만 10년 만에 만난 한국군의 프로페셔널리즘과 능력은 크게 달라졌다.”



 샤프 사령관은 한국군의 전력을 이야기하다 상부지휘구조 개편을 핵심으로 한 한국의 국방개혁으로 화제를 옮겼다. 그는 “김관진 국방장관과 한민구 합참의장이 추진 중인 국방개혁은 합동성을 강화해 전투력을 증강하는 옳은 방향이라고 확신한다”며 “개혁이 실현되도록 적극 지지하고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는 어땠나.



 “미국도 86년부터 국방개혁을 시작해 완성하는 데 10년이 걸렸고 힘도 들었다. 하지만 전투 역량에서 엄청난 배당금(dividends)을 받을 수 있었다. 불필요한 시스템은 모두 없앴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의 군 개혁은 의회가 주도했다는 점이다. 합동성 강화를 위해 타군이나 합참에서 근무하지 않으면 장군이 될 수 없도록 법(골드워터-니컬스법)을 만들었다. (내가 참전한) 91년 1월 사막의 폭풍 작전(걸프전)에서 합동성과 효율성이 검증됐다.”



샤프 사령관은 “미국의 경험에 비춰 한국의 경우에도 국회가 국방개혁 실현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첫 번째 교훈”이라며 “각군 지도부도 예컨대 ‘공군이 돈을 많이 가져간다’는 식으로 생각하지 말고 하나의 합동전력(joint force)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5년 한국의 합참의장에게 전시작전권이 전환되는 시점 이전에 (을지 프리덤 가디언 훈련 등을 통해) 한국군의 새로운 상부지휘구조를 검증하고 다져나가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전작권 전환 이후 한·미 동맹은 약화되지 않는가.



 “전작권이 한국군으로 전환되면 한국군은 더욱 더 강해진다. 미국인이 아닌 한국인 지휘부가 갖는 강점을 살릴 수 있다. 한민구 합참의장은 나보다 한국 지형과 한국군의 역량을 수백 배 더 잘 안다. 이는 변함없이 유지되는 2만8500명의 주한미군과 더불어 한·미 동맹을 더 강하게 만드는 요소다. 현재 두 나라 간 국방·외교 팀워크는 환상적일 정도로 협조가 잘 이뤄지고 있다. 주한미군의 시설 등 복지가 개선되면서 가족 단위로 근무하는 군인이 2008년 1800명에서 현재 4200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1년 만에 돌아가지 않고 2~3년간 한국에서 근무한다. 이것은 북한에 대한 강력한 억제수단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한·미 동맹의 바람직한 비전은 무엇인가.



 “한국은 ‘지원받은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바뀌었다. 지금 한국군은 레바논과 아이티,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해역에서 전 세계의 평화·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첫 번째 위협인 대북 대비태세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국제사회를 도울 수 있는 역량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한국의 활동을 보고 있는 수많은 나라가 만약의 경우 1950년(한국전쟁 때) 그랬듯 군대를 파견할 것이다.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한국 군의 사격훈련 때 유엔사 대표들의 참관이 북한에 주는 메시지는 강력한 것이다.”



 -한·일 군사협력 문제에 대한 견해는.



 “협력이 잘되고 있고 앞으로도 더 발전될 것으로 본다. 일본은 한국의 방위에 매우 중요하다. 미군 후방사령부와 탄약고·연료기지가 있다. 한반도 전시에 미군은 일본을 거쳐 증강된다. 일본은 우리의 동맹을 강화할 수 있는 자산들을 갖고 있다. 일본 대지진 때 한국이 일본을 도운 것처럼 군사 부문의 협력에도 진전이 있었으면 좋겠다.”



 샤프 사령관과 부인 조앤은 모두 5년간에 걸친 서울의 추억을 얘기했다. 조앤은 “막내아들이 지난해 여자친구를 데리고 서울에 와 남산에서 사랑 고백을 했다”며 “10년 전 초등학교를 다닐 때 ‘서울은 나에게 무슨 의미인가’를 묻는 글짓기 대회에서 수상한 기념품에 남산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지난 크리스마스 때 세 자녀의 가족들이 모두 한국에 와서 멋진 추억을 만들었다고도 했다. 부인 조앤에게 물었다.



 -만난 한국사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걸어다니는 백과사전으로 불리는 백선엽 장군이다. 91세인데도 내가 태어나기 전의 일도 어제 일처럼 기억해 낸다. 정말 존경할 만한 분이고 노령에도 국가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헌신하는 경이로운(amazing) 애국자다.”



 샤프 사령관은 “추위와 더위 속에 전방 비무장지대(DMZ) 초소에서 24시간 근무하는 초병과 한국의 지도자들”이라고 했다. 그는 “37년간의 군 생활을 한국에서 마치게 돼 영광이라며 “은퇴 후에도 싱크탱크 등에서 활동하며 한·미 동맹과 한국을 위한 강한 지지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앤은 “마음속에서 영원히 한국을 간직할 것”이라고 했다.



글=김수정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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