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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의 전쟁사로 본 투자전략]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중앙일보 2011.05.18 00:28 경제 10면 지면보기




1962년 10월 세계는 인류 역사상 가장 심각한 재앙으로 발전할 수 있는 사태를 앞두고 공포에 떨어야 했다. 발단은 쿠바의 공산화였다. 자신의 안방으로 여겼던 중남미에 세워진 공산국가에 대해 미국이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낸 것이다.

 공산국가의 맹주였던 소련은 쿠바에 전술 미사일 기지를 건설했다. 미국은 쿠바 인근 해역의 봉쇄에 나선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소련은 쿠바 인근으로 화물선과 잠수함을 파견했다. 미국은 소련 함정이 쿠바에 접근하면 격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세계는 풍전등화의 운명에 놓였다.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존 F 케네디와 소련 서기장이던 흐루시초프는 미·소의 충돌을 원치 않았다. 다만 그들을 둘러싼 이른바 ‘매파’가 ‘자존심을 건 한판 대결’을 주장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먼저 양보하는 지도자는 적에게 등을 보인 비겁한 리더로 낙인 찍히게 되는 상황이었다. 두 사람 다 한 발짝도 물러날 수 없었다. 하지만 치열한 막후 협상 끝에 미국은 터키에서 미사일을 철수하고 쿠바의 안전을 보장했다. 대신 소련은 쿠바에서 미사일을 철수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인류는 핵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미국과 소련이 협상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양국의 충돌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 그 누구도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 매파의 주장대로 미 해병대가 쿠바에 상륙한다면 쿠바에서 발사한 미사일이 미국 동부지역에 떨어지게 된다. 그 이후 벌어질 일이 너무 끔찍해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던 셈이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입장만 고집하면 공멸 외에는 답이 없었던 만큼 양측 지도자는 상대의 요구 사항을 긍정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투자상담을 오래 하다 보니 ‘주식을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때를 어떻게 아는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럴 때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이라는 내용의 추측과 억측이 톱 뉴스를 장식할 때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당시 관점에서 보면 매우 그럴듯하게 들리는 시나리오일 수 있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는 현실이 아닌 ‘시나리오’로 그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요즘에도 ‘미국 국채가 디폴트 될 수 있다’ 또는 ‘유로존이 붕괴할 것’이라는 식의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끔 접한다. ‘중국의 부동산 붕괴 가능성’도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최악의 시나리오라는 표현’이 나온다는 것은 이미 위기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정책 당국은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위기를 수습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고 원칙을 어느 정도 무시하더라도 자산가격 부양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게 된다. 상황이 악화할 때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사태로 치달을 수 있는 상황에서 원칙과 자존심만을 내세울 만큼 인간은 그리 어리석지 않다.

김도현 삼성증권 프리미엄상담1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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