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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넥슨이 룩셈부르크를 유럽 진출기지로 선택한 까닭

중앙일보 2011.05.18 00:27 경제 9면 지면보기



한·EU FTA시대 투자 손짓



유럽 5대 화물공항인 룩셈부르크 핀델의 직원들이 화물 하역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김광기 기자]











기욤 왕세자



게임업체 넥슨은 유럽 비즈니스 총괄 법인을 영국에서 룩셈부르크로 이전해 다음 달부터 본격 영업에 들어간다. 이 회사는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유럽 현지 데이터센터도 단계적으로 룩셈부르크로 이전할 계획이다. 김성진 넥슨 룩셈부르크 법인장은 “유럽 지역의 사업 확장을 모색하던 차에 정보기술(IT) 인프라와 지리적 위치, 정부 지원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이곳을 최적의 장기 투자처로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시대를 맞아 룩셈부르크가 한국 기업들이 유럽 대륙으로 진출하는 관문의 하나로 관심을 끌고 있다. 룩셈부르크는 인구 50만 명에 면적은 서울의 네 배에 불과하지만 세계 최고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2010년 10만5044달러)을 자랑한다. 워낙 나라가 작은 데다 산업구조가 금융 쪽에 편중돼 있고, 고임금·고비용의 선입견 때문에 한국 기업들이 관심을 두지 않아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현지에 앞서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사정이 다르다. 이 나라의 제반 사업 편의성과 비용을 종합하면 만족도가 높은 곳이란 평가가 나온다. 현지의 한국 기업은 자동차 타이어용 패브릭을 만드는 효성과 자동차 스프링용 와이어를 생산하는 삼화강봉 등 두 곳이 대표적이다.











 신희철 효성 현지 법인장은 “룩셈부르크는 ‘서유럽의 심장부’에 위치해 있으면서 물류와 IT·금융 인프라가 EU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룩셈부르크에 있으면 독일과 프랑스·네덜란드, 멀리 이탈리아까지도 반나절 안에 도달할 수 있어 이들 나라에 동시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엔 최적의 입지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룩셈부르크의 또다른 강점은 언어와 열린 문화다. 열강 틈에 끼어 있는 악조건을 거꾸로 활용해 초등학교 때부터 프랑스어와 독일어, 중학교부턴 영어를 의무 교육시켜 전 국민이 이들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일반 생산직도 영어가 능통한 게 독일과 프랑스 등 이웃 국가들과 비교해 돋보이는 경쟁력이다.



 세계 최고의 부국이지만 인건비 부담이 생각만큼 크지 않다. 삼화강봉의 조승래 현지 법인장은 “단순 임금 수준은 높은 게 사실이지만, 노동 생산성이 높고 건강보험 등 각종 복지성 비용을 정부가 책임지기 때문에 실질 인건비 부담은 주변국들과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호메인 푸아쥐 경제통상부 국장은 “룩셈부르크의 1인당 GDP가 10만 달러를 넘는 것으로 산출되지만, 프랑스와 독일 등 주변국에서 출퇴근하는 외국인 15만 명의 생산활동을 빼면 내국인의 실질 소득은 6만~7만 달러대로 보는 게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룩셈부르크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펀드자산 등록을 자랑하는 금융강국이다. 하지만 금융위기를 거치며 산업구조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아마존과 이베이, 아이튠스, SES 등 글로벌 IT업체들이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세계 최대 철강회사인 아르셀로미탈의 본사가 있는 나라로 소재·부품 등 제조업 육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한편 기욤 왕세자(30)를 단장으로 하는 룩셈부르크 경제사절단이 18~20일 한국을 방문해 투자유치 활동을 벌인다. 룩셈부르크는 1997년 주한 무역·투자 대표부를 설치해 양국 간 경제협력을 지원하고 있다.



룩셈부르크=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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