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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곡물 ‘자급률’ 보다 ‘자주율’이 중요

중앙일보 2011.05.18 00:26 경제 8면 지면보기






하영제
농수산물유통공사(aT) 사장




최근 러시아가 작황 부진을 이유로 곡물 수출을 규제하는 등 세계적으로 곡물수급이 불안정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상 기후로 곡물 생산량이 크게 줄어 이러한 수급 불안정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약 27%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다. 매년 1400만t의 곡물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특히 3대 수입 곡물인 콩·옥수수·밀은 4대 국제 곡물메이저에 대한 의존도가 70%에 달한다. 곡물 메이저란 전 세계에 곡물을 수출입하는 다국적기업을 가리킨다. 이처럼 해외 의존도가 높다 보니 우리나라는 식량 안보가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농수산물유통공사(aT)는 국가곡물조달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지난해부터 전담반을 구성해 사업성 검토 및 전문 용역을 실시해 왔다. 이에 따라 우선 미국 지역에 진출해 교두보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직원들을 미국에 파견해 현지법인 설립 준비와 투자대상 후보지 선정 등을 준비해 왔다.



 이러한 사전준비를 토대로 농수산물유통공사는 국내 기업들과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해외 판매망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삼성물산, 미국 내 현지 물류를 전담할 한진, 해상 운송에 경쟁력을 갖춘 STX 등과 손잡았다.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게 역할을 분담한 것이다. 그리고 지난달 29일에는 삼성물산·STX·한진과 공동으로 미국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에이티 그레인 컴퍼니(aT Grain Company)’라는 명칭으로 시카고에 설립된 현지법인은 올해 안에 콩 5만t, 옥수수 5만t 등 10만t의 곡물을 우리 손으로 미국에서 조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곡물의 장기·안정적 도입을 위한 민관의 의지는 뚜렷하다. 민관 참여사는 각자의 고유 역할을 유기적으로 수행함과 동시에 미국 현지에서 곡물기업과 전략적인 협력관계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이러한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종합 물류센터를 산지와 항만 등에 구축할 작정이다. 또한 올해 브라질과 연해주에 대한 곡물사업 진출 설명회를 개최하고 내년에는 투자협약을 체결하는 등 국가별 유통망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곡물 수급에 있어 자급률만큼이나 중요한 개념이 ‘식량자주율’이다. 식량자주율이란 해외 농장 개발이나 해외 곡물기업에 대한 투자 등을 통해 필요한 식량을 해외에서 즉시 조달할 수 있음을 나타내는 지표다. 에이티 그레인 컴퍼니는 2015년 연간 곡물수입량의 30%에 해당하는 400만t을 직접 조달해 우리나라의 식량자주율을 50% 수준으로 향상시킨다는 방침이다.



 지금은 ‘곡물 확보 전쟁’이라고 할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곡물 수급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곡물 자급률이 낮은 국가들은 앞으로 돈을 주고도 곡물을 들여오지 못하게 될 경우를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식량안보체계 강화를 위한 국가곡물조달 시스템은 이제 첫걸음을 내디뎠다. 갈수록 고조되는 식량위기에 대비해 국민에게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하는 일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제 막 닻을 올린 국가적인 사업이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많은 국민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한 때다.



하영제 농수산물유통공사(aT)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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