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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500조원 국영은행’ 만든다고 경쟁력 절로 안 생겨

중앙일보 2011.05.18 00:24 경제 6면 지면보기



[뉴스분석] ‘일괄매각·인수지분 완화’ 우리금융 매각안



민상기 공적자금관리위원장(맨 왼쪽)이 17일 서울 여의도 금융위원회에서 우리금융지주 매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 부위원장, 박경서 매각소위 위원장, 이승우 예금보험공사 사장, 김용범 공자위 사무국장(왼쪽부터)이 브리핑에 참석했다. [김상선 기자]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우리금융 매각 재개를 선언한 17일 기자회견은 1시간40분을 끌었다. “산은지주가 우리금융을 인수하는 게 민영화 취지에 맞느냐” “정책당국과 산은 사이에 교감이 있었느냐”는 질문이 끝없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상기 공자위 공동위원장과 신제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가상의 상황이나 잠재적 플레이어의 선택을 우리가 미리 예단할 수 없다”는 거였다. “민영화 방침을 결정하는 공자위가 국책은행인 산은의 참여가 바람직한지를 미리 판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추궁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입을 다물었다.











 이날 공자위가 밝힌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을 놓고 금융계에선 “산은지주의 우리금융 인수에 자락을 깔아주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공자위는 이날 ‘6월 29일까지 우리금융 지분 30% 이상을 일괄 인수할 희망자를 찾겠다’고 밝혔다. 우리투자증권과 경남·광주은행 등 자회사는 따로 매각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지분 4% 이상 인수 희망자의 입찰을 허용하고 분리 매각도 고려하겠다던 지난해 매각 방침과 180도 달라진 것이다. 금융지주사가 다른 지주사를 인수할 경우 지분의 95% 이상을 사들여야 한다는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도 크게 완화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민 위원장은 “기업가치 훼손을 막고 민영화를 앞당기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래야 우리금융에 관심이 있는 지주사는 물론 사모펀드(PEF)의 참여도 보다 수월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우리금융은 손발이 묶이게 됐다. 지분 30% 이상 인수 조건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우리사주 조합 지분을 바탕으로 우호지분을 끌어모아 독자 민영화를 시도해 왔지만 이게 사실상 어려워졌다. 우리금융은 “공자위 발표는 우리금융엔 빨간 신호등을, 산은지주엔 파란 신호등을 켜준 격”이라며 “산은이 주도하는, 산은을 위한 거대 국영은행을 만들겠다는 거냐”고 말했다. 반면에 산업은행엔 유리한 구도가 됐다. 지주사법 시행령이 완화되면 지분 30%만 사들이고도 우리금융을 인수할 수 있게 된다. 당초 지분 50%를 인수하는 데 7조원가량 들 것으로 예상되던 인수자금이 4조원가량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산은은 대우증권 등 자회사 배당금과 하이닉스·현대건설 매각대금, 내부 유보금과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이 정도는 수월하게 조달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금융 매각이 산은의 희망대로 굴러갈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정부가 표방해 온 우리금융 매각의 3대 원칙이 흐려졌다. 남주하 서강대 교수는 “산은지주가 우리금융을 인수한다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조기 민영화, 금융산업 발전이라는 원칙 중 어느 것도 충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종의 ‘공적자금 돌려막기’라는 지적이다. 함준호 연세대 교수는 “산은과 우리금융이 합치면 기업가치를 높이기보다는 민영화 일정이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과거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은행 대형화 뒤 시간이 지날수록 수익성과 리스크 관리가 오히려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도 “국내에서도 제대로 역할을 못하는 은행들이 덩치만 키워 세계로 가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내에서도 반발 기류가 감지된다. 현 정부에서 발언권이 센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이 독주한다는 불만이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자산 500조원짜리 국영은행이 나온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 우리금융을 가져가려면 그런 시장과 금융계의 우려를 씻어낼 방안까지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글=나현철·한애란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우리금융 민영화 어떻게 진행됐나



2010년 7월 30일 : 공자위, 우리금융 매각 방안 의결



10월 30일 : 우리금융 매각 공고



11월 16일 : 하나금융, 외환은행 인수로 입장 선회



11월 26일 : 우리금융 컨소시엄 등 11곳 입찰참여의향서 제출



12월 13일 : 우리금융 컨소시엄, 예비입찰 불참 선언



12월 17일 : 공자위, 민영화 절차 잠정 중단



2011년 5월 17일 : 공자위, 우리금융 매각작업 5개월 만에 재개



5월 18일 : 우리금융 매각 공고



6월 29일 : 입찰참가의향서 접수



자료 : 공적자금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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