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환영의 시시각각] ‘과학문명의 시간’은 우리 편

중앙일보 2011.05.18 00:19 종합 34면 지면보기






김환영
중앙SUNDAY 사회에디터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의 후폭풍으로 과학정책 리더십이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과학의 발전에는 리더십 차원, 국내 차원뿐 아니라 문명 차원이 있다. ‘과학문명의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거시적인 인식에서 여유를 찾을 필요가 있다.



 나라의 흥망은 문명 단위로 움직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은 서구 문명을 배경으로 하는 유럽 국가들이다. 34개 회원국 중 한국·일본·이스라엘·터키만이 비(非)서구문명에 속한다.



 상기하자면 서구를 따라잡고 있는 나라가 많지만 단연 동아시아 국가들의 도약이 두드러진다. 유교·불교 문명을 배경으로 하는 일본·한국·홍콩·싱가포르·대만·중국이다. 그중 성장이 7%대로 ‘더딘 편인’ 베트남도 수십 년 내에 경제 강국으로 부상한다는 예측이 나와 있다.



 문명을 지탱하는 것은 문화·종교뿐 아니라 과학이다. 과학에 밀리면 문명에서 밀린다는 것을 경험한 것은 동아시아뿐만이 아니다. 중동·이슬람 지역도 8세기부터 급격하게 성장하다 11~13세기에는 정체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고도 문명에 도달한 적이 있고 과학 전통이 있으면 다시 부활한다는 것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국제 과학계에서 미국·유럽연합의 몫이 주는 이유는 한·중·일 동북아 3국과 대만·싱가포르 과학자들의 맹활약 때문이다.



 영국 왕립학회가 3월에 발표한 ‘지식, 네트워크와 국가: 21세기 글로벌 과학 협력’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적인 과학학술지에 게재된 논문 수를 기준으로 중국은 이미 일본을 앞섰고, 미국도 빠르면 2013년에 앞선다. 보고서는 이슬람권 과학도 다시 부흥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주목했다. 특히 터키·튀니지·이란의 과학 분야 성장이 눈부시다.



 기독교·이슬람과 같은 종교는 과학을 후원하기도 하고 과학과 갈등하기도 했다. 기독교·이슬람 덕분에 유럽·이슬람권에서 과학이 발달했는지 이들 종교의 ‘억압에도 불구하고’ 과학이 발전했는지에 대해 학자들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오늘날 과학은 종교의 간섭으로부터 대폭 자유로워졌다. 이제 과학은 과학 스스로를 후원하고 국가의 지원을 받는다. 과학에 엄청난 기회다.



  영국왕립학회 보고서를 다시 인용하자면 우리나라는 10년 내로 일본·프랑스를 따돌리고 중국·미국·영국·독일에 이어 과학5대 강국이 될 수 있다. 서울은 이미 세계 20대 과학도시다.



 우리나라 상황에서 우려되는 것은 과학이 지역주의적 정치의 간섭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과학비즈니스벨트 프로젝트는 서울에 이어 세계적인 과학도시를 하나 더 만들자는 구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세계 20대 과학 도시 중에서 미국은 5개 도시(뉴욕·보스턴·필라델피아·로스앤젤레스·워싱턴 DC)를 올려놓고 있다. 중화권에도 5개 과학 도시(베이징·홍콩·난징·상하이·타이베이)가 있다.



 앞으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서울에 이어 세계 20대 과학도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성원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과학 도전은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국제과학비즈니스의 원래 구상은 2008년 2월에 나온 ‘세계 지식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방안’이라는 보고서에 나와 있다.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가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태스크포스에서 만든 보고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과학비즈니스벨트는 장기적으로 수도권·충청권·호남권·강원권·대경권·동남권으로 확장한다. “과학벨트사업의 전국적 확대를 추진하되, 사업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시범지역을 우선 시행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단계적으로 추진한다”고 돼 있다.



 중국·일본이라는 과학강국이 옆에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중국·일본과 새로운 한·중·일 과학문명을 열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다음 정부에서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전국적 확장을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



김환영 중앙SUNDAY 사회에디터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