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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조대장경, 그 1000년의 가르침

중앙일보 2011.05.18 00:14 종합 27면 지면보기



호림박물관 특별전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주본(周本) 권2(국보266호). 고려 12세기, 호림박물관 소장.





1000년 전 인쇄된 초조대장경을 대거 보여주는 전시가 열린다. 성보문화재단 호림박물관(관장 오윤선)은 ‘1011~2011 천년의 기다림, 초조대장경’ 특별전을 서울 신사 분관(18일~8월 31일)과 신림 본관(30일~9월 30일)에서 연다.



올해는 고려대장경 1000년이 되는 해다. 1000년은 우리나라 최초의 대장경인 초조대장경(初雕大藏經·1011~1087년)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초조대장경 목판은 고려 고종 19년(1232년) 몽골의 2차 침입으로 소실됐다. 팔만대장경은 초조대장경에 이어 국내에선 두 번째로 간행한 재조대장경(再雕大藏經·1046~1083년)이다.



 대장경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기록으로 남긴 불교 경전의 총서다. 대장경 간행은 국가의 재정·정치력·기술이 뒷받침 돼야 가능한 일이었다. 불교의 영향권에 있었던 수많은 나라 중 중국과 우리나라만 대장경을 간행했다는 점은 그래서 의미 있다.



 팔만대장경을 새긴 목판은 아직까지도 경남 합천 해인사에 남아 있고, 초조대장경은 고려 때 찍은 인쇄본으로만 전해진다. 초조대장경은 일본에 2400여 권이 있으나 국내에는 300여 권만 확인됐다. 그 중 100여 권이 호림박물관 소장본이다. 이번 특별전에선 강남 신사동 분관과 신림동 본관에 각각 20여 점씩 나온다.



 호림박물관 박광헌 학예연구사는 “팔만대장경은 경전의 내용으로 봤을 땐 가장 완성도가 높지만 서체나 판각술 등 예술적 완성도에 있어서는 초조대장경을 따라올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재조대장경 옆에 나란히 놓인 초조대장경은 한 눈에도 짜임새 있고 아름다워 보였다. 전시에는 국보 4건과 보물 12건이 포함됐다. 그러나 초조대장경은 문화재로 지정돼 있지 않더라도 하나 하나가 국보·보물급이라 할 수 있다.



 한편 고려대장경이 “송나라 개보대장경을 엎어놓고 베낀 짝퉁”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박광헌 학예연구사는 “두 판본을 비교해 보면 단순 번각본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초조대장경에는 중국 대장경에 있는 중국식 간기(刊記·연호)가 하나도 없는 등 제작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전시에선 대장경과 사간본(국가가 아닌 사찰이나 개인이 간행한 경전)을 구분하는 방법, 초조대장경과 재조대장경을 구분하는 방법, 초조대장경에서 잘못 된 부분을 먹으로 써서 고쳐놓은 흔적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일본·인도네시아·티베트 대장경도 볼 수 있다. 의미가 큰 전시지만 내용을 알아야 감동이 배가된다. 학예사의 설명을 반드시 챙겨 듣길 권한다. 02-541-3525.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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