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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10점 퍼거슨, 스카치 리더십

중앙일보 2011.05.18 00:02 종합 28면 지면보기



스코틀랜드 감독 6명 EPL 중심에
엄한 규율 속 선수 챙겨주는 퍼거슨
후배 감독들도 영향 받고 팀 조련



알렉스 퍼거슨





돌아온 하이랜더들이 잉글랜드 축구를 점령했다. 앵글로 색슨족의 침입으로 영국 북부 산악지방으로 쫓겨간 켈트족의 후예들은 이제 잉글랜드의 심장, 프리미어리그(EPL)의 주류가 됐다. 강인한 근성, 억센 말투, 끈끈한 공동체 정신으로 무장한 스코틀랜드 출신 감독들은 확실한 ‘스코티시 카르텔’을 형성했다.



 프리미어리그 20개 팀 감독 중 6명이 스코틀랜드 출신이다. EPL 최대 세력이다. 잉글랜드 출신 감독은 5명. 스카치 카르텔의 대부는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감독이다. 퍼거슨 감독은 2008년 선데이메일이 제정한 스코티시 스포츠어워드 생애위업상을 받는 자리에서 “승자는 지독하게 훈련하고 항상 전진하는 결단력을 지녔다. 그게 바로 스코틀랜드의 기질”이라고 말했다.



 높은 목표야말로 퍼거슨표 스카치 리더십의 출발이다. 그는 2월 ESP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항상 성공해야 한다. 그게 사람들을 움직이는 힘이다. 맨유를 책임지고 있는 한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승리에 대한 열망은 혹독한 훈련량으로 표현된다. 그러나 선수들은 그 보상의 달콤함을 알기에 결코 불평할 수 없다. 많은 트로피, 높은 주급, 치솟는 명성은 EPL선수 모두가 원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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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격한 규율은 맨유의 전통이다. 퍼거슨 감독은 선수들의 머리 모양에서 옷 매무새까지 챙긴다. 퍼거슨 감독의 전기 『열정의 화신, 알렉스 퍼거슨』에 따르면 데이비드 베컴이 훈련에 빠진 뒤 어설픈 변명을 늘어놓자 곧바로 집으로 돌려보냈다. 다음 경기 출전명단에서 빠졌음은 물론이다. 백전노장 라이언 긱스가 초년병 시절, 퍼거슨 감독은 긱스가 파티에 참가한다는 소식을 듣고 뒤를 미행해 현장을 덮치기도 했다.



 합숙을 하거나 단체생활을 강조하지 않아도 높은 목표를 지닌 선수들은 스스로에게 엄격해진다. 맨유 선수들이 단체로 파티에 참석하거나 술집에 가면 대번에 뉴스가 된다. 흔히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기삿거리가 되는 것이다. 멋대로 술집을 드나들다가는 예외 없이 퍼거슨 감독의 눈 밖에 난다. ‘헤어드라이어’로 불리는 퍼거슨의 진노에는 반드시 앙갚음이 뒤따른다. 그는 단호하다. ‘골목대장’ 폴 잉스, 수퍼스타 베컴도 주저 없이 쫓아내 버렸다. 퍼거슨 감독은 글래스고의 부두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근면과 성실은 그의 DNA에 녹아 있다. 그가 가십 사진에 등장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그의 사진은 주로 경기장과 훈련장이 배경이다. 절제된 생활과 워크홀릭 기질, 그리고 분명한 자세는 선수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선수 편을 들 땐 확실히 밀어준다. 지난해 웨인 루니가 혼외정사로 궁지에 몰렸을 때 앞에 나서 루니를 보호했다. 팀을 떠나겠다던 루니는 후반기에 되살아나 우승에 기여했다.



 영국 대중일간지 더 선은 17일(한국시간) EPL 우승팀 맨유 선수단의 시즌 평점을 매겼다. 루니 등 4명이 사실상 최고점수인 9점을 받았다. 박지성은 8점. 유일하게 10점을 받은 구성원이 있다. 바로 퍼거슨 감독이다.



 스코틀랜드의 젊은 감독들에게 퍼거슨의 지휘철학은 교과서다. 그리고 퍼거슨이 열어놓은 길을 따라 잉글랜드로 남하하고 있다. EPL 구단주들은 ‘스코틀랜드 감독을 쓰면 실패할 확률이 낮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언론이나 팬들도 군말이 없다. 잉글랜드의 축구장에서 억센 스코틀랜드 억양은 표준말과 다름없다. BBC·ITV·스카이스포츠 등 영국의 주요 축구중계 해설 자리도 스코틀랜드 출신이 점령했다.



 지난 4월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실린 폴 도일의 칼럼은 분위기를 대변한다. 가디언의 수석 체육기자 도일은 “아주 기초적인 전술이라도 스코틀랜드 억양으로 설명하면 마치 대단한 전술처럼 들린다”고 썼다.



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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