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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윈드오케스트라 색소폰 합주단원들은

중앙일보 2011.05.17 17:20



젊을 적 18번, 클래식 연주…색소폰 선율에 열정 싣는다







평균 연령 50대 중반. 겉모습은 평범한 이 시대의 아버지들이다. 직업은 의사·사업가·교사 등 다양하다. 살아온 인생은 다르지만 이들을 묶어주는 공통 관심사는 하나다. 바로 색소폰연주다. 코리아윈드오케스트라 색소폰 합주단원들이 들려주는 색소폰 사랑 이야기를 들어봤다.



색소폰에 빠진 50대 남자들



 코리아윈드오케스트라는 아마추어 단원으로 구성된 색소폰 악단이다. 음악 전공자도 몇 명 있지만, 대부분 음악을 좋아하거나 악기를 배우고 싶어 하는 일반인들로 구성됐다. 1992년 창단 때 음악 전공자들이 활동하다가 2005년 재창단하며 아마추어 합주단이 됐다.



 단원들이 색소폰을 시작한 계기는 다양하다. 4년 반 정도 합주단으로 활동하는 정영철(57·양천구 신정동)씨는 환갑 기념으로 가족음악회를 열어볼 요량이었다. 가족 모두 악기를 한 가지씩 연주하는 음악회를 구상했다. 아내는 피아노, 큰아들은 플루트, 막내 아들은 바이올린을 연주할 수 있어 구성이 그럴 듯했다. 문제는 정씨였다. 피아노를 치긴 했지만 아내와 다른 악기를 연주하기 위해 고른 것이 색소폰이었다.



 정씨는 “색소폰은 알토·테너·소프라노·바리톤 등의 소리가 전혀 다르지만 운지(손가락 위치)가 같아서 조금만 연습하면 모두 배울 수 있는 악기”라며 “가요부터 팝송, 재즈, 클래식까지 모두 연주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정씨는 친구인 김명호(57·양천구 목동)씨에게도 색소폰을 권했다. “둘째 아들이 취미로 부는 걸 보고 나도 기회가 되면 해볼까 생각했다”던 김씨는 학원에서 1년간 악기를 배운 후 학원 원장이자 코리아윈드오케스트라 단장인 최종걸(57)씨의 권유로 합주단에 들어갔다. 그렇게 시작한 색소폰 연주를 4년째 하고 있다.



 김씨는 “혼자 연습할 때보다 자극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어려운 점도 있었다. 다른 단원들과 호흡을 맞춰 연주하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빠른 곡도 많고, 연주하기 어려운 클래식도 있어 아마추어인 김씨에겐 버거울 때도 더러 있다. 김씨는 “그럴 땐 잘하는 사람들에 묻어간다”며 웃었다.



 최종해(52·양천구 신월동)씨는 40명 가까운 단원 중 몇 명 되지 않는 음악 전공자다. 플루트학원 원장인 최씨는 색소폰으로 또 다른 악기 연주에 도전하고 있다. 최씨는 “리코더와 비슷해 나이 든 사람들도 배우기 쉽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년을 앞두고 취미생활거리를 궁리하는 40~50대 남성들이 많이 찾아온다. 흔히 말하는 7080세대다. 최씨는 “예전에 듣던 노래를 직접 연주하면서 젊음과 청춘을 회상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해외 무대에서 우리 민요와 가요 연주하는 게 꿈



 단원들 공통점 중 또 하나는 단장인 최종걸씨 눈에 띄인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최단장은 “합주단 활동을 할 만한 실력을 갖춘 사람, 그리고 음악을 좋아하고 단체 활동이나 봉사활동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을 뽑는다”고 말했다.



 오케스트라 창단 단원이었던 최 단장은정부 지원이 끊기면서 6년 만에 오케스트라단이 활동을 접자 상임 지휘자 역할을 맡고 재창단 계획을 세웠다. 단원은 전공자 대신 아마추어로 구성했다. 현재 오케스트라는 단원들이 내는 회비로 운영되며 양천구지원을 약간 받고 있다. 재창단 이후 6년간, 최 단장은 매주 토요일마다 있는 연습에 한번도 빠진 적이 없다. 그의 아내와 단원들이 가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어디 놀러도 가지 않냐?”고 물을 정도다. 그만큼 최 단장에겐 오케스트라단이 특별하다.



 최 단장은 중·고등학교 시절, 음악 재능이 뛰어나 주위의 기대를 받았지만 가정형편상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 고등학교 졸업후 21년 동안 그룹사운드, 악단 생활을 하면서 밤 무대에 섰던 그는 1997년 단국대 음대에 입학했다. “뉴욕필하모니 지휘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는 그는 “코리아윈드오케스트라를 다시 일으켜 지휘를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도 싶었다. 요즘최 단장에겐 아마추어 단원들이 열심히 연습해 전공자 못지않은 음악회를 열고 싶은 작은 소망이 있다.



 그는 두 가지 꿈을 꾸고 있다. 언젠가 해외 무대에서 우리 민요와 가요를 연주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단원들과 함께 예술의전당 무대에 서는 것이다.



 코리아윈드오케스트라 공연은 오는 28일 오후 6시 신정네거리 분수광장에서 열린다. 공연은 무료이다. 6월 18일 오후 7시 양천해누리타운 해누리홀에서는 빅밴드 공연도 한다. 드럼·기타·오르간·트럼펫·트럼본 등으로 구성된 다른 연주단과 함께하는 공연이다.



[사진설명] 색소폰 사랑에 빠진 코리아윈드오케스트라 단원들. 왼쪽부터 최종걸(단장)·김명호·정영철·정춘삼·최종해씨.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사진=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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