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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저, 쏘나타 추월 ‘판매 1위’ … 국민차 됐나

중앙일보 2011.05.17 00:09 경제 4면 지면보기



[J경제 르포] 현대차 아산 공장 가보니



현대차 아산 공장 직원이 차량 조립라인에서 작업 지시서에 적힌 옵션에 맞춰 그랜저 HG를 만들고 있다.





검은색·흰색·은색…. 최신형 그랜저(HG)가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줄지어 나왔다. 후드에는 ‘작업 지시서’가 붙어 있다. 차의 색상에서부터 엔진·선루프 등 차마다 다른 선택사항이 빽빽이 기록돼 있다. 자동차 조립공정에서 최종 확인이 이뤄지는 ‘OK 라인’이다. 담당 직원이 점검한 뒤 이곳에서 처음으로 차 시동을 걸었다. ‘부웅~’ 하는 소리가 힘차게 울렸다. 2만~3만 개의 부품으로 만들어진 자동차가 마치 하나의 생명체로 숨을 내쉬기 시작하는 듯했다. 장충식 현대차 아산공장 생산실장(이사)은 “그랜저 한 대가 57초마다 완성돼 나온다. 현재 공장가동률이 100%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11일 충남 아산시 인주면 현대차 아산공장. 현대차의 세 개 공장(울산·전주·아산) 중 이 회사의 간판 상품인 그랜저와 쏘나타를 전담 생산하는 곳이다. 특히 그랜저는 요즘 자동차시장에서 최고 인기 모델. 아산공장 하루 생산량 1200여 대의 절반이 그랜저다. 출고 대기물량만 2만 대에 이를 정도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그랜저는 4월에만 1만989대 팔렸다. 전체 승용차 중 1위다. 인기 차종인 아반떼(9891대)·모닝(9359대)·YF쏘나타(7183대)를 모두 제쳤다. 대형 승용차가 월간 판매 1위에 오른 것은 2006년 1월 그랜저 4세대 TG모델 출시 후 5년여 만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강철구 이사는 “고유가 영향으로 경차 등 다른 차급의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모두 줄어든 것과 달리 그랜저 판매기록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올 1월 출시된 그랜저의 차값은 3100만~3900만원. 그런데도 잘 팔리는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현대차와 업계에선 신차 효과를 들었다. 고성능 2.4L, 3.0L 직분사(GDI) 엔진 같은 첨단 옵션이 적용된 점이 인기 비결이란 설명이다. 그랜저 경쟁 상대인 기아차 K7, 한국GM 알페온, 렉서스 ES350, 혼다 어코드 등은 판매가 줄었다. 강 이사는 “신형 그랜저의 상품성이 높아 고객들이 몰리는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그랜저를 고급차가 아닌, 대중차로 인식하는 소비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란 해석도 있다. 장진택 자동차평론가는 “1986년 1세대 그랜저 출시 당시에만 해도 그랜저는 국산 고급차의 대명사였으나 이제 그랜저 윗급으로 에쿠스·제네시스 같은 럭셔리 브랜드가 나오고 수입차 시장이 커져 중산층에서 그랜저를 탈 만한 차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쏘나타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그랜저가 중형차 시장을 잠식하는 것도 이유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그랜저 판매 이후 쏘나타·K5의 판매는 5~8% 줄었다. YF쏘나타 최고급형인 2.4L GDI는 3000만원(자동변속기 기준). 그랜저 2.4L 럭셔리 모델(3112만원)과 100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 “그 정도 차이면 윗급 모델을 타겠다”는 소비심리가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중소형차 판매는 줄고 대형차·수입차 판매가 늘어난 현상은 경기상황이나 고유가에 영향을 덜 받는 고소득층의 소비를 반영한 것”(동국대 강삼모 경제학과 교수)이란 분석도 있다.



 원인 분석은 다르지만 그랜저 인기는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 아산공장은 현재 하루 20시간 2교대로 작업한다. 장충식 생산실장은 “올해 목표는 2007년 세운 공장가동률 최고 기록(99.96%)을 깨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산=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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