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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3년을 가꾼 숲, 광릉 국립수목원

중앙일보 2011.05.13 03:24 Week& 1면 지면보기
5월은 신록의 계절이다. 겨울을 보내고 맞는 봄의 싱그러움, 그 생명력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계절이다. 해마다 5월이 오면 수목원을 간다. 온갖 정성 들인 수목원은 사계절 언제라도 아름답지만, 다양한 채도의 초록으로 채워진 5월의 수목원은 우리에게 삶의 환희마저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국립수목원 내 전나무 숲길에 드러누워 하늘을 봤다. 따사로운 햇살 사이로 층층나무의 연둣빛 새순이 싱그럽게 빛나고 있었다.







 전국의 수목원(식물원 포함)은 현재 61개다. 미등록이지만 일정 규모를 갖춘 곳을 포함하면 100개 가까이 될 것으로 산림청은 추정한다. 하나 신록이라고 다 같은 신록이 아니다. 신록에도 등급이 있다.



 경기도 포천에 있는 국립수목원의 신록은 543년의 역사와 정통성을 자랑한다. 국립수목원 하니까 잘 모르는 분도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알고 있는 광릉수목원의 공식 명칭이 국립수목원이다. 국립수목원은 여기가 유일하다.



 국립수목원은 광릉숲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애초 이 터는 신숙주(1417∼75)의 묏자리였으나 세조가 자기 묏자리로 썼다. 1468년 6월 세조와 왕비 윤씨가 여기에 묻히자 조선 왕실은 ‘광릉(光陵)’이라 이름 붙이고, 광릉을 중심으로 사방 15리(약 5.9km)에 이르는 숲을 능림(陵林)으로 지정해 출입을 엄격히 통제했다. 이때부터 광릉숲은 금림(禁林)이 됐다. 500년이 넘도록 인간의 간섭에서 벗어난 숲은 식물학자가 말하는 ‘극상림’의 경지에 이르렀다. 오랜 세월 스스로 완성된 생태계를 구축한 안정된 숲이 극상림이다. 그 원시의 숲 생태계가 서울시청에서 불과 한 시간 거리에 있다. 세계에서도 흔치 않은 사례다.



 현재 광릉숲에는 식물 983종이 자라고, 동물 2881종이 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생물종이 서식한다. 그 내력과 가치에 머리를 조아린 것일까. 일제강점기 일본인은 우리 땅 곳곳에서 아름드리나무를 숱하게 베어갔지만, 광릉숲만은 건드리지 못했다. 한국전쟁 때에도 국군과 미군 모두 광릉숲 근방에서는 소이탄(표적을 불사르는 폭탄)을 쏘지 않았다고 한다.



 광릉숲을 관통하는 도로에 들어서면 시속 30㎞ 제한속도 표지판이 보인다. 그 제한속도에 맞춰 달리다 보면 숲이 내뿜는 밀도 높은 공기와 까막딱따구리가 나무 쪼는 소리가 차 안으로 날아든다. 숲에 발을 들여놓기도 전에 받는 자연의 선물이다.



 글=윤서현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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