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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 기자의 레저 터치] ‘레저돌’ 얼굴 보고 아웃도어 용품 고르는 시대

중앙일보 2011.05.13 03:21 Week& 4면 지면보기
돌발 퀴즈. 다음 연예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①현빈 ②장혁 ③이승기 ④다니엘 헤니 ⑤이효리 ⑥조인성









손민호 기자



 일단 생각할 수 있는 답은 소위 ‘요즘 잘나가는 연예인’이다. 틀린 답은 아니지만 출제 의도하고는 거리가 있다. 힌트 삼아 연예인 명단을 더 열거한다. 천정명·김혜수·하정우·이연희·이민정·김사랑·2PM·황정음·엄태웅·고수. 돌발 퀴즈와 관련해 이제까지 알려진 명단 전부다.



 하나같이 잘났고 하나같이 몸 좋은 이들 연예인은 이른바 ‘레저돌’이다. 레저돌? 치킨 프랜차이즈 광고에 출연하는 아이돌을 ‘치킨돌’이라 불렀듯이, 요즘 아웃도어 브랜드 모델로 활동하는 연예인을 이렇게 불러본 것이다. 이를테면 현빈은 K2, 장혁은 아이더, 이승기 코오롱, 다니엘 헤니 프로스펙스, 이효리 필라, 조인성은 블랙야크 모델이다. 국내 주요 아웃도어 업체 중에서 톱스타 모델을 쓰지 않는 곳은 현재 라푸마와 콜럼비아뿐이다.



 아웃도어 브랜드 모델은 원래 유명 산악인의 차지였다. 아웃도어 업체는 산악인에게 이사 수준의 직책을 주고 해외원정을 후원하며 모델로 활용했다. 엄홍길은 밀레, 박영석은 노스페이스, 오은선은 블랙야크 소속으로 각종 광고에 출연했다. 아웃도어 브랜드는 세상의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선 영웅이 자기네 로고가 박힌 깃발을 흔드는 장면을 위해 원정 비용 수억 원을 기꺼이 부담했다.



  그런데 요즘엔 톱스타 연예인이 아웃도어 광고시장을 평정했다. 이유는 뻔하다. 돈이 너무 몰리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조원을 돌파한 아웃도어 시장은 내년 5조원까지 바라보고 있다고 한다. 이 정도 규모라면 아웃도어는 더 이상 등산 따위의 특수목적을 위한 활동이 아니다. 문자 그대로 문 밖에만 나가도 아웃도어가 돼야 한다. 그래야 시장을 유지할 수 있다. 친숙하면서도 건강한, 때로는 섹시한 연예인이 아웃도어 광고에 총출동하는 까닭이다. 업계 입장에선 세계 최고봉을 정복하고 남극대륙을 횡단하는 휴먼 드라마는 더 이상 필요가 없어졌다.



 문제는 가격이다. 아웃도어 용품은 하나같이 비싸다. 특수소재 때문이라는데, 히말라야 원정을 가는 것도 아닌데 요란을 떠는 구석이 없지 않다. 해발 2000m가 넘는 산이 하나도 없는 우리네 처지를 생각하면 허세에 가깝다. 특수소재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특수 상황이 우리 산에서는 좀처럼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톱스타 연예인 몸값을 의심할 수도 있는데 이것도 100% 맞는 건 아닌 것 같다. 아웃도어 의류는 소재라도 특수한 걸 쓴다.



 아무튼 우리는 아웃도어 용품을 연예인 얼굴을 보고 고르는 시대를 맞이했다. 아웃도어 브랜드마다 자기네 제품의 기술적 특성을 장황하게 늘어놓지만, 그 특성을 감별할 만큼 우리의 아웃도어 감각은 예민하지 못하다. 결국 선택의 기준은 브랜드 이미지이고 모델 얼굴(또는 몸)이다. 현빈이 광고에서 입고 나오는 윈드재킷은 70만원이 넘는다. 그래도 없어서 못 판다고 한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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