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재일기] 구제역이 남긴 ‘소비자의 오해’

중앙일보 2011.05.13 00:26 경제 8면 지면보기






이수기
경제부문 기자




구제역의 그림자가 축산 농가의 시름을 깊게 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전국을 강타한 구제역 사태가 올 3월 초 일단락됐지만, 한우 소비는 여전히 주춤하다. 지난해 5월 100g(등심·1등급 기준)당 8980원이던 한우 소매가격은 현재 7450원 선이다. 마리당 550만~600만원 선에 거래되던 산지 수소 값(600㎏ 기준)은 요즘 350만~400만원 정도다. 반면 소를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은 10~15%가량 더 든다. 사료값 등 사육비가 크게 오른 탓이다.



 경북 안동에서 한우를 키우고 있는 이재환(57)씨는 “다행히 살처분은 면했지만, 소 키우는 비용은 계속 늘어나고 소 값은 크게 떨어져 걱정”이라며 한숨 지었다.



 수치상으로 한우 시장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인다. 지난해 3월 4만2844마리였던 한우 도축 규모는 올 3월에는 4만4910마리로 지난해 규모를 약간 넘어섰다. 구제역 파동으로 살처분된 한우는 총 15만 마리가량으로 현재 우리나라 총 사육두수(295만 마리)의 5% 정도다.



 근본적인 문제는 한우 소비를 꺼리는 소비자들의 심리다. 롯데마트 한우담당 김철호 MD는 “한우를 찾는 소비자가 조금씩 늘고는 있지만 본격적으로 소비가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최대 대목인 추석이 돼도 한우선물세트 가격은 예년보다 10~20%가량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우 농가로서는 어렵사리 구제역 위기를 극복했지만, 소비자들의 막연한 불안심리라는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산 수입 쇠고기는 지난해 역대 최고 수입 물량을 경신하는 등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한우의 안전성을 알리고 판매 촉진을 위한 노력도 한창이다. 전국한우협회와 지방자체단체들은 한우 먹기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유통업체도 가세했다. 롯데마트는 이달 18일까지 한우 불고기와 국거리 등을 정상 가격보다 20~25%가량 할인해 판다. 하지만 한우에 대한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고선 역부족이다.



  시중에선 한동안 개그 프로그램에서 나온 “그럼 소는 누가 키우나”란 말이 유행했다. 꼭 필요한 일인데도 힘들고 어렵다는 이유로 꺼리는 요즘 세태에 대한 풍자다. 소비자의 오해가 계속된다면 정말 ‘소는 누가 키울지’ 걱정스럽다.



이수기 경제부문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