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즈 칼럼] 빚더미 공기업 어떻게 볼 것인가

중앙일보 2011.05.13 00:26 경제 8면 지면보기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
한국조세연구원 공공기관정책연구센터
소장




2010년 결산 결과 286개 공공기관의 부채 규모는 387조6000억원에 달하고 지난 5년간 지속적인 증가추이를 이어가고 있다. 주로 정부위탁사업을 수행하는 준정부기관과 달리 수익성을 강조하는 공기업 부채의 증가속도가 매우 빠르게 나타나고 있고 국내 상장기업보다 자기자본대비 부채비율이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정부에서도 공기업들의 중장기재무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사업구조조정을 독려하는 등 공기업부채에 대한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문제는 왜 이렇게 부채가 늘어나고 있는가에 대한 원인분석이다. 또 과연 이들 부채의 상환가능성이 얼마나 되는가에 대한 엄정하고 객관적인 진단에 근거한 처방의 실천이 중요하다.



 먼저 부채는 자본과 함께 자산을 구성한다는 기본적인 회계방정식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부채가 늘어나는 것이 재무건전성 차원에서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자산의 증가, 그것도 향후 수익성 관점에서 유용한 자산을 취득하기 위한 부채의 증가는 얼마든지 바람직한 투자행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작금의 공공기관 부채증가의 원인은 무엇인가. 공공기관 부채증가의 대부분은 공기업, 그중에서도 토지주택공사·수자원공사·한국전력·석유공사·한국수력원자력 등 5개 주요 공기업의 부채 증가가 총부채 증가의 92%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이 기관들을 심층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토지주택공사는 2010년 말 기준으로 이자부담을 해야 하는 금융성 부채가 90조7000억원으로 전체 공기업부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선투자·후회수의 사업구조를 가진 보금자리 투자 그리고 신도시·택지사업의 추진으로 금융성 부채가 급격하게 늘고 있는 것이다.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구조적 적자요인을 지닌 국민임대주택 사업, 산업단지 등 국책사업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토지주택공사의 부채문제는 그 수준이 심각하므로 유동성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사업구조조정, 투명한 사업별 구분회계의 도입을 통한 정부지원의 개선 등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한국전력의 경우는 전기요금은 인상이 억제되고 있는 반면 국제 원자재가격의 상승과 전기수요 확대에 따른 송·변전 투자 규모의 확대로 부채가 증가했다. 석유공사는 해외석유개발회사 인수합병(M&A) 투자, 수력원자력은 원전건설 신규 투자에 따른 부채증가가 주요 원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비롯한 국제기구에서는 공기업은 정부의 영역과는 명확하게 구분한다. 공기업이 민간의 영역을 침해함으로써 공정한 경쟁환경이 저해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중립적인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효율성과 소비자후생을 제고하는 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공기업을 정부의 위탁사업을 수행하는 준정부기관으로 활용하는 경우 공기업부채에 대해 정부의 손실보상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고, 공기업의 효율적 경영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제는 국가정책사업을 수행하는 데 있어 공기업을 동원하는 비용에 대해 분명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내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공기업들은 향후 5년간 재무전망과 관리계획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차제에 공기업부채의 원천을 명확히 하고 정확한 원가분석을 통해 효율적인 공기업경영의 인프라를 구축해 연착륙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 한국조세연구원 공공기관정책연구센터 소장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