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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관객은 사절합니다 … ‘콧대 장사’로 가치를 높였다

중앙일보 2011.05.13 00:21 종합 26면 지면보기



칸 영화제의 성공학



11일 (현지시간) 시작된 제 64회 칸영화제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프랑스 TV 카날 플뤼가 마련한 개막 축하쇼 ‘르 그랑 주르날’에서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칸(프랑스) 로이터=뉴시스]





‘브란젤리나(브래드 피트+앤절리나 졸리)’ 커플,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멜라니 그리피스 부부, 조니 뎁·우마 서먼·주드 로·우디 앨런·로버트 드니로 . 쟁쟁한 할리우드 스타들이 레드 카펫 위에 섰다. 11일 저녁(현지 시간)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열린 제64회 칸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다.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으로 참석한 로버트 드니로는 이름을 외치는 팬들의 함성에 감격한 나머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아시아 스타로는 배우 궁리(巩俐)와 판빙빙(范冰冰), 한국에선 황금카메라상 심사위원장으로 초청된 봉준호 감독이 참석했다.





칸영화제는 프랑스의 대표 문화상품이다. 해마다 5월이면 이 작은 도시인구 (7만3000여 명)의 7배 가까운 50여 만 명이 몰린다. 올해 예산은 2000만 유로(약 320억원). 프랑스 문화부 산하 국립영화센터(CNC)와 칸 시(市)가 절반을 대고, 에어프랑스·쇼파드·로레알·네슬레·휴렛 팩커드 등 15개 기업이 절반을 후원한다. 한국 기업으론 LG가 수년 째 공식파트너다.



 칸영화제의 경제효과는 아직까지 공식 조사된 적은 없다.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12일 “생산유발효과와 부가가치만 어림짐작해도 9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 이미지 제고 등 무형 효과까지 포함하면1000억원 대를 뛰어넘는다. 세계 최고 권위의 ‘칸영화제 성공학’을 살펴봤다.



 ◆예술과 산업의 시너지=지난해 칸에서 상영된 영화는 1002편. 이중 초청작은 13%에 그쳤다. 나머지 87%(876편)이 필름마켓에 참가했다. 참가 신청을 한 제작자·배급업자·감독 등 영화산업 종사자는 2만5300여 명에 이른다. 전세계 영화인이 칸에 와서 영화를 보고 사고 판다. 예술과 산업의 조화다.



 김지석 부산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는 “전세계 영화산업 관계자를 한자리에 모을 수 있는 영향력이 칸의 진정한 파워”라면서 “영화 상영에만 그쳤다면 지금 같은 위상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칸·베를린·베니스 등 소위 ‘3대 영화제’ 중 마켓이 있는 영화제는 칸과 베를린. 칸 필름마켓은 베를린의 두 배가 넘는다.



 해외 판매를 노린 영화사들의 홍보전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제작비 300억원을 들인 한국영화 ‘마이 웨이’는 15일 칸에서 제작보고회를 연다. 강제규 감독과 주연 장동건·오다기리 죠 등이 참석한다. 7월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의 제작사 명필름도 스타들이 가장 많이 묵는 호텔 중 하나인 마제스틱 호텔에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다.



 칸영화제의 파워는 경쟁부문 초청작의 질을 높이는 시너지 효과를 낳는다. 이창동·박찬욱·홍상수·김기덕 등 한국의 내로라하는 감독이 신작을 완성하면 일단 칸영화제에 출품한다. 완성도 뛰어난 작품이 몰리니 산업이 주목하고, 그렇기에 수준이 더 올라가는 ‘선순환’ 구조다.



 ◆‘엘리트 영화제’ 역발상=칸영화제는 운영부터 역발상이다. 일반인 관객을 배제한다. 기자와 평론가, 업계 종사자들이 영화제에서 발급하는 배지를 받아 참가한다. 배지도 ‘계급제’다. 기자·평론가 등이 받는 배지는 흰색·분홍색(2종류)·파란색·노란색 등 5단계다. 사진기자는 2단계다. 매체 영향력, 영화제 취재 횟수, 기사 게재량 등이 기준이다. 등급에 따라 극장 입장도 제한된다.



 중앙일보는 올해 분홍색 배지를 받았다. 흰색 배지는 10년 이상 ‘개근’한 기자나 로저 에버트(퓰리처상을 받은 미국의 저명한 영화평론가)급의 소수만이 받는다. 지난해 참가한 전세계 언론인은 4512명. ‘엘리트 영화제’‘가장 거만한 영화제’라는 비판도 만만찮지만, 칸영화제가 오늘날 독보적인 존재가 된 데는 이러한 차별화 덕을 본 것도 사실이다.



칸(프랑스)=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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