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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미디어로 퍼진 ‘K팝 바이러스’ 돌풍

중앙일보 2011.05.13 00:18 종합 27면 지면보기



홍석경 교수가 본 유럽의 한류



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한국문화축제의 한 장면. 프랑스 한류팬들이 자체적으로 팀을 결성해 K팝을 공연하는 모습에 관객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4년 개인 블로그에서 시작한 Kpop France(www.kpop.fr) 사이트. 현재 월 평균 누적 방문자가 50만 명에 이른다. 한국 대중음악전문 DB를 갖추고 한국 연예 뉴스를 큰 시차 없이 번역해 제공한다.



또 다른 사이트 allkpops(영문) 역시 매월 평균 방문자가 300만에 이른다. 페이스그룹 친구도 4월 말 58만 명을 넘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내보내는 한국 드라마 VOD채널 Drama Passion에는 프랑스·룩셈부르그·네덜란드·영국 젊은이들이 몰린다. 올해 문을 연 K팝 전문 웹 라디오 kpop FM은 요일마다 SM·YG엔터테인먼트 등 기획사별 편성을 한다. 한국 드라마 전문 영어팬섭(Fansub· 팬들의 자발적 번역 자막 서비스) 사이트 WithS2의 팀원은 270명이 넘는다. 드라마 중심의 팬사이트 Drama bean은 동시 접속자가 평균 700~800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높다.









홍석경 교수



 유럽 내 한류 열풍에 대한 첫 종합 보고서가 나왔다. 홍석경 프랑스 보르도대학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13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한국언론학회(회장 양승목 서울대 교수) 학술대회에서 발표하는 ‘서유럽의 동아시아 대중문화 향유를 이해하기’다.



 유럽에서 한류 콘텐트의 인기는 상상 이상이다. 홍 교수는 한국 드라마와 대중음악을 공유하는 인터넷 사이트 20여 개를 소개했다. 한국 드라마는 유럽에서 평균 15~17개 언어로 번역된다. ‘꽃보다 남자’의 경우 한국 방송 후 3~4일 만에 20개국어가 넘는 자막이 달렸다. 4개 국어 이상 번역되는 드라마의 비중을 따지면 일드보다 한드가 훨씬 높았다. 최근에는 ‘무한도전’‘뮤직뱅크’ 등 오락프로까지 자막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유럽 한류 열풍의 진원지는 프랑스다. 특히 프랑스에 분 ‘망가(일본만화)’ 붐이 자양분이 됐다. 망가를 드라마로 만든 한국드라마를 즐기다 한드팬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이들이 주로 25~40세 여성에 집중된 1차 한드팬이라면, 2차 한드팬들은 K-pop을 좋아하다 그 가수가 나온 드라마를 찾아보는 청소년층이다.



 드라마 캐릭터의 진화도 결정적인 요소였다. 기존 서구 미디어 속 아시아 남성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무술엔 능하나 여성을 매혹시킬 수 없는 유아적 존재)을 뛰어넘어 근육질에, 로맨틱하며, 춤과 노래에도 능해 과거 할리우드 스타에 버금가는 매력적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이런 매력적인 남성 배우들과 함께 한드의 ‘수줍은 사랑이야기’가 로맨티시즘이 사라진 서구 대중문화에 식상한 여성 시청자들을 빨아들였다는 분석이다.



 K팝 또한 짧은 시일 안에 바이러스성으로 전파됐다. 장기간에 걸쳐 언더그라운드 음악으로 자리잡은 J팝과 사정이 다르다. 또 음악뿐 아니라 패션까지 주목 받고 있다는 점에서 문화적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팬사이트· 소셜네트워크(SNS) 등 사이버 공간이 큰 역할을 했다. 현지 공연이 거의 없었던 한국 가수들이 100%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성장해온 것이다.



 홍 교수는 “K팝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서구에서 사라진 보이밴드·걸그룹의 공백을 채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소녀를 대상으로 하는 대중문화 콘텐트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유럽에서 강력한 영향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K팝 아이돌 가수들이 실력파 종합 엔터테이너라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10대를 넘어 다양한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으로 꼽았다. 최초의 J팝· K팝 라디오가 프랑스 안에서 다문화지수가 높은 마르세이유 지역에 처음 생긴 것처럼, 프랑스 젊은 세대의 다문화·혼종문화에 대한 열망도 한류 열기의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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