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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룽지로 흰쌀밥 짓고 … 찌꺼기까지 재활용한다

중앙일보 2011.05.13 00:16 경제 2면 지면보기



[J경제 르포] GS칼텍스 여수 제3 고도화 설비 완공
원유보다 싼 벙커C유 처리해 휘발유·경유로
제4시설까지 완공 땐 하루 26만 배럴 콸콸콸



12일 전남 여수의 GS칼텍스 공장 내에 준공된 제3중질유분해시설 전경. 21개월의 공사기간 동안 모두 450만명이 공사에 매달렸고 2조2000억원이 투입됐다. [여수=연합뉴스]<사진크게보기>





어떤 미래 SF영화 장면도 이보다 더할까. 108만9000㎡ 면적의 GS칼텍스 전남 여수 제 1·2·3·4 중질유분해시설(제4시설은 2013년 완공)은 온통 은회색 파이프 라인으로 얼기설기 뒤얽혀 있었다. 드문드문 솟아오른 굴뚝마다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이날 준공식을 한 제3중질유분해시설의 경우 서울~부산을 다섯 번 반 왕복할 수 있는 4600㎞의 전선과 두 번 반 오갈 수 있는 2000㎞의 배관이 사용됐다. 21개월의 공사기간 동안 모두 450만 명이 공사에 매달렸다. 총 공사비만 2조2000억원으로 국내 정유업체의 단일 사업 투자액 중역대 최고액이다. 제4중질유분해시설을 완공하면 GS칼텍스는 하루에 26만8000배럴의 중질유를 휘발유·경유로 바꿀 수 있다. 원유를 정제하면서 나오는 중질유의 대부분(88%)을 경질유로 전환할 수 있는 것이다.



 싸구려 기름인 중질유를 고가의 경질유를 바꾸는 데 수차례의 ‘재활용’ 공정을 거친다. 원유를 정제해 나온 중질유를 제2분해시설에 넣고 수소를 첨가해 경유·등유로 분해한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초중질유인 아스팔트를 다시 제3분해시설에 넣어 경유·등유를 추가로 뽑아낸다. 재탕·삼탕을 거치는 공정이다 보니 시설의 파이프 라인은 모두 이어져 있다.









허동수(왼쪽에서 셋째) GS칼텍스 회장이 귀빈들에게 제4중질유 분해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환 국회 지식경제위원장, 김황식 국무총리, 허 회장, 박준영 전남도지사.





 GS칼텍스 측은 고도화 설비 시설로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했다. 우선 고유가 시대에 싸구려 기름을 고가의 기름으로 재활용해 얻는 이익이 크다.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망에 따르면 11일 기준으로 두바이유는 배럴당 110.9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휘발유는 배럴당 128.43달러, 경유는 130.14달러, 등유는 130.06달러였다. 벙커C유는 100.89달러로 원유보다 값이 싸다. 원료비 자체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 불순물이 많은 값싼 원유를 들여와도 중질유 분해시설 덕에 질 좋은 경질유를 뽑아낼 수 있게 됐다. 게다가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도 있다.



제3중질유분해시설 부문의 박경도 상무는 “결과적으로 고도화 설비는 허동수 회장의 에너지 뚝심이 빛을 발한 결정체”라며 “처음 투자를 결정할 때만 해도 난방유 등으로 중질유를 많이 썼지만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점점 수요가 줄고 있고, 무엇보다 고유가로 원료비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최근 음극재·탄소소재·박막전지 등 미래 에너지를 개발하는 데도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2차 전지의 양극과 음극 중 음극의 재료로 쓰는 음극재의 경우 일본 최대석유업체인 JX NOE(옛 신일본석유)와 합작해 경북 구미에 생산공장을 세운다. 13일 기공식이 열릴 예정이다. 이 음극재를 만드는 소재는 ‘코크스’다. 즉 아스팔트 찌꺼기다. 원유 정제를 밥 짓는 데 비유하면 중질유는 누룽지고, 코크스는 누룽지마저 긁어내 솥 밑에 남은 탄 찌꺼기다. 이도 재활용해 미래 에너지의 소재로 쓰는 것이다.



 합작에 이르기까지 허 회장과 와타리 후미아키(73·渡文明·전 신일본석유 회장) JX NOE 명예회장의 ‘피크오일’에 대한 공감대가 작용했다. 두 회장은 40년 넘게 에너지업계에서 일하면서 친분을 쌓아왔다. 음극재 공장이 올해 말에 완공되면 연 2000t의 음극재를 생산할 수 있다. 2000t은 지난해 전체 세계 리튬2차전지 음극재 수요의 약 10%에 해당하는 양이다.



여수=한은화 기자



◆고도화 설비(중질유분해시설)=원유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벙커C유·아스팔트 등 중질유를 휘발유·경유 등 경질유로 전환하는 시설이다. 중질유에 수소를 첨가해 등유·경유와 같은 경질유를 만들어내는 수소첨가분해탈황공정(HCR: Hydrocracker)과 촉매를 넣어 휘발유를 분해해 내는 유동상촉매분해공정(FCC: Fluid Catalytic Cracking Unit)이 있다. 탄소 배출이 많은 중질유를 고품질의 경질유로 바꿔주기 때문에 친환경시설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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