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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 뺀 맨발 모양 베어풋화 ‘역발상 마케팅’

중앙일보 2011.05.13 00:05 경제 15면 지면보기
“아직도 걸을 때 러닝화 신으세요?”


봇물 터진 기능화 쇼핑 가이드

2009년 프로스펙스가 국내 최초 워킹화 ‘W’를 내놓으면서 앞세웠던 광고 문구다. 걷기 운동을 할 때 신는 기능화라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W는 그해 30만 켤레, 210억원어치가 팔렸다. 지난해엔 그 2배가 넘는 5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워킹화뿐이 아니다. 러닝화·등산화에서부터 트레킹화·토닝화·베어풋화까지 각각의 다른 상황에 맞는 다양한 기능화가 나와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기능화 시장은 지난해 6000억원 규모로, 매년 2배가량 성장하고 있다. 없는 게 없는 기능화, 각각의 특징을 살펴봤다.



정선언 기자









1 프로스펙스 워킹화 W는 11자로 곧게 걸을 수 있도록 지지대를 넣었다. 2 르까프 모델 김사랑이 기능을 타깃별로 더욱 세분화한 워킹화를 신고 있다.





◆워킹화 vs 러닝화=“뛸 때는 두 발이 공중에 떴다가 한 발씩 땅에 닿고, 걸을 때는 늘 한 발은 땅에 닿아 있다. 즉 발이 받는 충격의 크기와 위치가 다르다.”



 워킹화가 만들어진 이유다. 걸을 때는 발이 받는 충격이 적은 대신 발바닥 전체에 가해진다. 그래서 충격 흡수 소재를 밑창에 고루 깔았다. 반면에 러닝화는 충격이 집중되는 부위에 충격 흡수 소재를 배치한다.









3 프로스펙스 워킹화 W(13만5000~14만 5000원). 4 노스페이스의 트레킹화 스파이럴(12만원). 5 휠라의 베어풋화 스켈레토즈(6만9000원).



 관성 역시 중요한 차이다. 달릴 때는 무조건 앞으로 나아가려는 관성이 존재하지만 걸을 때는 의지대로 걸을 수 있다. ‘11자’로 곧게 걷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소리다. W가 밑창 위쪽에 ‘무브프레임’이라는 지지대를 넣은 건 그래서다. 르까프는 기능을 타깃별로 더욱 세분화한 워킹화를 내놓았다. 대표적인 것이 임신부용 워킹화인 밸런스핏. 임신을 하면 몸의 무게중심이 발 뒤쪽으로 집중되는 것에 착안해 발 뒤쪽은 높게, 앞쪽은 낮게 만들었다. 그 외에도 발바닥 쪽에 에어백을 장착해 근육 사용량을 늘려주는 에어핏, 밑창의 높이를 조절해 맨발로 걷는 효과를 주는 닥터세로톤핏, 바닥에 자기장을 넣어 걸을 때 진동이 느껴지게 만든 바이브로핏이 있다.





◆등산화 vs 트레킹화=올레길·둘레길의 인기를 등에 업고 나온 게 트레킹화다. 평평한 비포장길을 3~4시간 이상 걸을 때 적합한 신발이다. 러닝화·워킹화에 비해 바닥이 딱딱하다. 부드러운 신발은 장시간 신고 걸으면 뒤틀려 오히려 발이 피로해지기 때문이다. 트레킹화 밑창에 가볍고 단단한 플라스틱 소재가 들어가는 이유다. 반면에 등산화보다는 덜 단단하다. 등산화는 바위 등이 많은 산을 탈 때 신기 때문에 내구성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 덜 닳을 뿐만 아니라 발을 보호할 수 있다.



 외피에서도 차이가 있다. 등산화는 악천후에도 견딜 수 있도록 방습·투습 기능을 갖춘 고어텍스 등의 소재를 많이 쓴다. 하지만 트레킹화는 그렇게까지 만들지는 않는다. 최근엔 트레킹화 역시 기능이 강화되는 추세다. K2가 내놓은 보리스와 퓨마드는 걸을 때 무게중심이 발 안쪽을 향해 이동하는 것을 감안해 밑창을 비대칭형으로 설계했다. 노스페이스의 스파이럴은 에어메시 소재를 사용해 통기성을 높였다.





◆토닝화 vs 베어풋화=토닝화는 다이어트화라고도 불린다. 신발 밑창을 특수 제작해 평소 잘 쓰지 않는 근육을 움직이게 하는 원리다. 근육 사용을 늘려 칼로리 소모량도 늘리는 것이다. 스케쳐스의 토닝화는 바닥이 둥글어 걸을 때 발바닥 전체가 지면에 닿는 동작을 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평소에 안 쓰는 근육을 사용한다 것이다. 워킹과 러닝·일상생활에서 신을 수 있는 제품 40여 종류를 판매 중이다. 리복의 이지톤은 특수 제작한 패드를 바닥에 장착했다. 이 패드가 근육의 사용량을 늘려줘 최대 3배까지 칼로리 소모를 늘린다는 게 리복 측의 설명이다.



 지금까지의 기능화가 기능을 더했다면 베어풋화는 그 반대다. 기능성 신발로 인해 오히려 근육이 퇴화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기능을 뺌으로써 본연의 기능을 살리는 기능화다. 그래서 맨발을 뜻하는 ‘베어풋(Barefoot)’이란 이름이 붙었다. 가장 큰 특징은 가볍다는 것이다. 밑창용 고무도 일반 운동화의 절반 정도만 쓴다. 얇으면서도 발의 움직임에 따라 모양이 잘 변할 수 있는 소재를 쓰는 것도 특징이다. 휠라에서 내놓은 스켈레토즈는 아예 발가락 모양을 그대로 살렸다. 발가락 근육까지 쓸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코오롱 헤드에서도 러닝·워킹·트레일 등 각각의 운동에 맞춘 네 가지 베어풋화를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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