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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지능 대부분 비슷 … 꿈 있느냐가 차이”

중앙일보 2011.05.13 00:01 경제 14면 지면보기



홍진기창조인상 과학부문 수상 KAIST 물리학과 김은성 교수



김은성 교수











영하 273도의 초유체 액체 헬륨에 열을 가하면 순식간에 분수로 솟구친다. 열 전달률이 구리의 30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유체를 회전시키면 하나의 소용돌이가 점점 커지는데 초유체에서는 여러 소용돌이가 생긴다.



“청소년 시절 방황 끝에 꿈이 생기니까 공부와 연구는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됐어요. 그 꿈이 지금의 제 연구 인생을 만든 원동력이었던 셈이지요.”



이달 2일 유민문화재단이 수여하는 홍진기창조인상 과학부문을 수상한 KAIST 물리학과 김은성(39·사진) 교수의 말이다.



그는 고교 시절과 부산대 물리학과 3학년을 마칠 때까지만 해도 인생의 좌표도 없이 방황했었다. 대학은 단지 졸업 뒤 직장을 잡는 데 필요한 ‘취직 코스’쯤으로 여겼다. 그래서 대학 3학년까지 성적도 별반 뛰어나지 않았다.





그런 김 교수가 미국 유학을 마치고 2006년 귀국할 때는 KAIST에서 막대한 연구비를 지원하면서까지 모셔왔을 정도로 세계적인 과학자가 됐다. 처음으로 고체 헬륨에서 초유체 현상을 실험으로 밝혀내면서 세계 물리학계가 주목하는 인물이 된 것이다. 그가 연간 사용하는 액체 헬륨 값만 약 1억5000만원 정도 된다. 하지만 KAIST가 이를 전액 지원한다. <중앙일보 5월 2일자 34면>



 김 교수가 대학 시절의 방황을 접고 정신을 차린 것은 대학 3학년을 마치고 입대한 군 복무를 끝내고서다.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무엇을 하는 것이 보람찬 것일까.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일까” 등을 놓고 고민한 끝에 찾은 것이 물리학자의 길이었다. 물리학은 재미있고, 어느 정도 자신감도 있었다. 또 토론이나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은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후 본격적으로 유학을 준비했다. 인생의 목표와 꿈이 생기니 공부하는 맛도 더해졌다. 하루 24시간이 어찌 가는지 모르게 공부에 매달렸다. 그렇게 해 199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대학원으로 진학했고, 본격적인 연구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유학 전 미리 어느 교수가 어떤 분야에 전문가인지를 조사해 모세스 찬 교수를 지도교수로 정한 뒤 한 분야를 팠다.



“초고체(超固體·supersolid)에 대한 신호는 2000년에 나타났으나 그게 무슨 의미인지를 전혀 알 수 없었어요. 그 신호 하나를 붙잡고 3년 동안을 실험기기 앞에서 밤낮 없이 씨름하고 있을 때는 정말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수십 번이나 들었습니다. 물론 그 동안은 다른 연구 성과가 나올 리 없었지요.”



 김 교수는 초고체를 발견하기까지 겪었던 가장 힘든 시기를 이렇게 떠올렸다. 남들이 가본 길이 아닌 전혀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하는 어려움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했다. 포기하고 싶은 유혹을 극복할 수 있었던 힘은 “너는 할 수 있을 거야”라는 주변 사람들의 격려와 유학 올 때 가졌던 꿈에서 나왔다.



 그는 지금 영어로 강의하고, 해외 발표 때도 역시 영어로 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렇게 영어를 잘했던 것은 아니다. 미국에 처음 가서는 샌드위치 가게에서 주문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였다.



 “지도교수와 하루에 수십 분씩 자유토론을 해야 했기 때문에 밤잠을 줄여서라도 영어 발표를 준비했어요. 시내에 나갈 때는 외국인 학생들과 함께 다니며 미국의 문화와 영어를 함께 익힌 게 지금의 영어 실력을 갖추는 데 밑거름이 됐습니다.”



 김 교수는 세상 사람들의 지능은 대부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꿈이 있느냐 없느냐’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김은성 교수



▶ 부산대 물리학과 학사(1998)



▶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물리학 박사(2004)



▶ KAI ST 물리학과 교수(2006)



◆초고체와 초유체=초유체(超流體·superfluidity)는 점성이 없는 유체를 말한다. 초고체(超固體·supersolid)는 고체 안에 초유체 현상이 일어나는 상태를 말한다. 이 상태가 나타나면 고체 대부분은 고체 그대로지만 고체 내부 일부 원자들은 점성이 사라진다. 그래서 고체를 통에 넣고 회전시켜도 초유체 상태인 고체의 내부는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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