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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의 해피 톡톡] 건강하게 자라렴, 풍선 몰리 아가들아

중앙일보 2011.05.12 03:14 Week& 2면 지면보기








“엄마 엄마, 빨리 와봐. 얘가 새끼 낳았나봐.”



 지난 주 월요일 아침. 일찍부터 잠을 깨우는 큰 아이의 호들갑에 좀 짜증을 내며 거실로 나갔습니다. 전날 인근 대형마트에서 사온 열대어 얘기였습니다. 작고 배가 볼록한 ‘풍선 몰리’라는 녀석들입니다. 흰색·노란색·까만색을 쌍쌍으로 사왔는데, 그 중 노란색 한 마리가 벌써 새끼를 낳았다는 겁니다.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 모래알을 잘못 본 거 아냐?” “아니라니까. 이봐, 엄마.”



 졸린 눈을 비비며 작은 수족관 안을 자세히 살펴보니 정말 쌀 한 톨보다 작은 새끼 한 마리가 꼬물꼬물 헤엄을 치고 있었습니다. 어라~. 그런데 한 마리가 아니었습니다. 요 앞에 또 하나, 저기에 또 하나 …. 그때부터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습니다. 새끼들을 격리시켜야 한다며 다른 통을 찾아 물을 채워넣고, 수족관 속을 헤집어 그것들을 건져 옮기느라 거실은 물바다가 됐습니다. 구피나 몰리처럼 알을 뱃속에서 부화시킨 후 새끼를 낳는 난태생어류는 어미가 새끼를 잡아먹기도 한다는 얘길 어디선가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두 아이가 밥 먹는 것도 잊고 학교 가기 직전까지 건져낸 치어는 모두 아홉 마리였습니다. “스무 마리 정도는 낳는다던데, 큰 놈들이 벌써 잡아먹었나봐.” 큰 아이는 안타까와 하면서, 살아있는 새끼들이 예뻐 죽겠다는 듯 쳐다봤습니다. “근데 저 녀석은 지 엄마를 똑 닮았네. 눈에 까만 점이 있잖아.”



 새 생명은, 그것이 비록 작은 물고기 새끼일지라도 언제나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해줍니다. 동시에, 동물들마다 생명을 낳고 기르는 방식의 차이는 자연의 이치에 대해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새끼를 한꺼번에 수십, 수백마리씩 낳는 동물일수록 적자생존의 법칙이 냉정하게 적용되니 말입니다. 어떤 동물은 어미로부터 격리해야 오히려 생존확률이 높아질 수도 있다는 사실이 인간의 눈, 아기를 낳아본 엄마의 눈에는 참 슬픈 현실로 느껴졌습니다.



 인간처럼 오랫동안 부모가 자식을 품안에서 보호하고 기르는 동물은 없다고 합니다. 『논어』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공자에게 하루는 재아라는 제자가 찾아와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 3년상은 너무 길지 않습니까”라고 물었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1년상만 지내고 싶다는 제자를 공자는 “네 마음이 편하다면 그렇게 하라”며 돌려보냈습니다. 그리고는 “재아는 사랑이 뭔 줄 모르는 놈이다. 자식은 태어나 3년은 지나야 부모의 품에서 벗어날 수 있는 법이거늘…”하며 혀를 찼다고 합니다. 어린애는 세상에 태어나서 3년이 지나야 겨우 부모의 품을 벗어날 수 있으니, 부모가 돌아가시면 그 시간만큼 부모 곁을 지켜드려야 한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인간은 생후 최소한 3년 동안은 부모나 다른 사람의 보살핌 없이는 생존하기 어려운 동물이며, 그만큼 효가 중요하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고사입니다.



 5월은 특히 어린 생명과 부모, 가족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합니다. 『행복동행』이 이번 호에 미혼모들의 갓난아기를 위한 배냇저고리 만들기 운동, 외로운 노인들과 결연을 맺어 가족처럼 살피는 가정 등을 소개하는 것도 그런 맥락입니다.



 어쨌든 우리집 몰리 아기들도 인간 형들과 엄마의 보살핌 속에 모두 건강하게 자라주면 좋겠습니다.



김정수 행복동행 에디터 (경원대 세살마을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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