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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놀이 위주에서 테마형 생태탐방·친환경 체험으로

중앙일보 2011.05.12 03:10 Week& 6면 지면보기
연두빛이 감도는 지난 2일 전북 정읍의 내장산국립공원에 한 무리의 소년소녀 손님들이 도착했다. 네 시간을 달려 수학여행을 온 부산 초읍중 2년생 70명. 그런데 버스에서 내린 학생들의 표정이 왠지 시큰둥해 보인다. “다들 에버랜드에 가고 싶어했거든요.”


수학여행에 부는 에코바람







올해 처음으로 생태수학여행에 나선 부산 초읍중 학생들이 지난 2일 내장산국립공원 원적골자연관찰로에서 숲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트레킹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날 ‘송참봉 조선동네’ 초가집에서 잠을 잤다. [황정옥 기자]







생태수학여행. 이 학교가 ‘관람위주의 대규모 수학여행’을 ‘소규모 테마형’으로 바꾸기로 하고 정한 첫 테마다. 여행을 기획한 권외숙 교사는 “자연을 관찰하고 이해하면서 환경과 생태를 보호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느끼게 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2학년 7개 반 중 1·2반은 내장산, 3반은 백암산, 4·5반은 한려해상국립공원, 6·7반은 가야산을 찾았다.



“선생님, 쓰레기통 어딨어요?” 점심 도시락을 먹은 뒤 두리번거리는 이레(13·여)와 친구들에게 안내를 맡은 관리소 직원이 설명했다. “국립공원에는 쓰레기통이 없어요, 가져온 쓰레기는 모두 다시 가져가는 게 원칙이에요.” 식사 후 반별로 탐방안내소에서 내장산 깃대종(비단벌레·진노랑상사화)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진노랑상사화는 병에 걸렸는데 무슨 병일까요?” “상사병이요”라고 주영(13·여)이가 말하자 다른 친구들이 야유를 보낸다. “네, 맞아요 상사병이에요, 잎과 꽃이 다른 시기에 자라기 때문에 서로 한 번도 만나지 못해 상사병에 걸린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지어졌어요.” 이어 안내관 내 ‘오감체험멍석’에서는 족제비와 청설모 박제를 직접 만져보며 관찰했다. 관리소 소속 전문해설사 8명이 프로그램 별로 친절하게 가이드를 했다



다음 프로그램은 ‘나만의 천연염색 손수건’ 만들기. 치자와 소목으로 만든 염색물에 천을 담가 말리는 체험이다. 색다른 무늬를 만들어보라는 선생님의 주문에 아이들은 고무줄을 요리조리 돌려 헝겊을 묶고 염색물에 담갔다. 어느덧 즐거운 표정들이다. “내 손 봐라, 노랗게 물들었대이.” “내는 빨개졌어.” “이게 자연의 색깔이야.” 계곡 옆 빨랫줄에 염색한 손수건들을 널어놓으니 알록달록한 야외전시장이 됐다. 풀밭에 앉아 ‘나무 곤충 만들기’도 했다. 이렇게 두 시간 남짓 체험활동이 끝나면서 분위기는 확 달라져 있었다.



오후 3시부터 트레킹이 시작됐다. 탐방안내소에서 내장사-원적골-비자나무군락-벽련암으로 이어지는 코스다. 오솔길을 걸으며 숲 해설사인 직원의 설명이 계속된다. “이건 자주괴불주머니, 저건 변산바람꽃 …” 학생들의 질문도 이어진다. “먹을 수 있는 풀은 없어요?” 내려오는 길에는 계곡에서 물장난도 치고, 편백림에서 산림욕 체험도 했다. 나무껍질을 문질러 냄새도 맡고, 맛도 보며 대화가 오간다. “이게 무슨 맛이고, 토마토 껍질? 사과 껍질?” 담임교사가 대화 사이에 끼어들며 물었다. “니들 아직도 에버랜드 가고 싶나.” 학생들이 외쳤다. “아니요.”



내장산국립공원 탐방시설과 박혜림 주임은 “학생들의 생태감수성을 자극하고 환경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고 소개했다. 전기 충전식 친환경 차량 ‘그린카’를 타고 내장호 자연학습시설로 이동한 아이들은 조류 관찰대에 앉아 바람개비 만들기를 했다. 바람이 어떻게 대체에너지가 될 수 있는지 설명을 들으면서. 바람개비를 하나씩 든 학생들은 오늘의 숙소인 송참봉 조선동네로 향했다. 초가집에서 밤을 보낸 아이들은 내장산 생태탐방을 하루 더 하고, 사흘 째인 마지막 날 다른 반 아이들과 순천만 생태공원에서 합류했다.









치자와 소목물로 천연 염색한 손수건을 널어 말리고 있는 모습.







■늘어나는 생태수학여행=서울 연희중은 25일부터 세 반씩 나눠 2박3일간 남한강 수계 체험, 서해안 갯벌 체험, 에너지 사랑 체험, 호남 생태 체험을 떠난다. 여러 여행 후보지를 두고 학생들이 투표를 했다. 이 학교 최숙아 교사는 “식사도 영월 곤드레밥처럼 지역 특산음식을 먹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디자인고도 다음달 13일부터 두 반씩 소백산·환선굴·간절곶으로 떠난다.



올해부터 생태수학여행을 가는 학교는 환경부의 지원도 받는다. 환경부는 폐휴대전화 수거·판매 수익금과 GS칼텍스의 후원금으로 전국 17개 학교에 생태관광 바우처(경비 일부 지원제도)를 지급했다. 이들 학교는 한라산·소백산·속리산·덕유산국립공원 등으로 수학여행을 떠난다.

생태수학여행 가려면=국립공원들이 각기 특색에 맞게 개발한 프로그램을 활용해도 되고, 한국관광공사가 홈페이지에 개설한 수학여행 가이드북을 참고해도 좋다. 관광공사는 ‘자연생태’를 주제로 10개 코스를 추천한다. 경북 울진의 금강송 군락지를 시작으로 성류굴·삼사해상공원·호미곶·구룡포 등을 도는 ‘동해안 블루로드’코스, 백령도와 대청도를 탐방하는 ‘인천 보물섬투어’, 보성 녹차밭과 보길도·해남땅끝마을을 도는 ‘초록다향’, 창녕 우포늪과 을숙도를 탐방하는 ‘지구의 미래…에코투어’ 등이다. 관광공사 홈페이지(www.visitkorea.or.kr) ‘배움이 있는 여행’코너의 ‘수학여행 우수 사례집’에서 상세한 정보를 찾을 수 있다.

정읍=손지은 행복동행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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