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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의 재미있는 자연 이야기 ② 뱀장어 출생의 비밀

중앙일보 2011.05.12 03:10 Week& 6면 지면보기



강에서 3~5년 자란 뒤 수천㎞ 먼 바다로 가 초승달 뜨는 밤에 산란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요즘 서해와 남해에서는 실뱀장어 잡이가 한창이다. 바다에서 태어나 육지의 하천으로 올라가는 성냥개비만한 뱀장어 치어들이다. 어민들은 망사 같은 그물이나 뜰채로 건져 올린다. 한 마리 값이 2000원이 넘어, 1㎏가 모이면 1200만원이나 된다.



 영양과 정력의 상징 뱀장어가 유독 비싼 이유는 인공사육은 되지만 인공번식은 못하기 때문이다. 전세계에는 19종의 뱀장어가 있지만 구체적인 생태는 오랫동안 미스터리로 남아있었다. 민물에서 3~5년을 보내고는 바다로 가 적도 부근 깊은 곳까지 수천㎞를 이동해 알을 낳는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물론 우리가 술 안주로 즐기는 곰장어(먹장어)나 붕장어(일본이름 아나고)처럼 바다에서만 사는 종류도 있다.



 일본 등의 해양학계는 1970년 대부터 뱀장어 산란장소를 추적했지만 실패를 거듭해왔다. 하지만 올 2월 일본 도쿄대 대기해양연구소 쓰카모토 가쓰미(塚本勝已) 교수팀은 세계 처음으로 뱀장어 알 31개를 채집하는 데 성공했다고 영국 과학지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했다. 2009년 5월 마리아나 제도 서쪽 160m 수심에서 채집했다고 한다. 뱀장어 알의 지름은 평균 1.6㎜였다. 연구팀은 “초승달이 뜨는 시기에 맞춰 수심 200m 쯤에 알을 낳으면 알이 서서히 표면으로 떠오르면서 부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도 국립수산과학원이 2015년을 목표로 ‘뱀장어 완전 양식 1단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뱀장어의 알은 부화해 렙토세팔루스(leptocephalus)라고 불리는 버들잎 모양의 유생기를 거치게 되고 다시 실뱀장어로 바뀐다. 실뱀장어는 1년에 걸쳐 육지의 하천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하천이 오염되고, 둑으로 가로막히면서 점점 뱀장어가 살아가기 힘든 환경이 되고 있다. 어민들이 잡는 실뱀장어도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실뱀장어를 닥치는 대로 잡으면 자칫 뱀장어가 멸종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결국 인공번식 기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잡은 실뱀장어의 일부를 하천 상류에 방류하는 일을 계속해야 한다. 자연과 인류가 공존하려면 사람들도 욕심을 낮춰야 한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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