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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라덴 급습 때 19세 ‘테러황태자’는 탈출

중앙일보 2011.05.12 03:00 종합 14면 지면보기



사살 작전 뒤 행방 확인 안 돼



2005년 당시 13세이던 함자 빈 라덴이 전투복 차림에 총을 들고 앉아 있다.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군 네이비실 대원들이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의 오사마 빈 라덴(Osama bin Laden) 은신처를 급습했을 때 그의 후계자로 떠오르고 있는 막내아들 함자 빈 라덴(19)이 탈출했다고 미 ABC방송과 영국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 등이 10일 보도했다.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탈출한 함자가 평소 ‘테러의 황태자(Crown prince of terror)’로 불릴 정도로 여러 테러사건에 관여했으며, 아버지의 뒤를 이어 알카에다의 구심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ABC방송에 따르면 파키스탄 당국은 아보타바드의 은신처에서 신병을 확보한 빈 라덴의 부인 3명을 조사한 결과 미군의 급습 뒤 빈 라덴의 아들 한 명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미 CBS 방송은 미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 “현장에서 사살된 사람은 빈 라덴의 아들 할리드(22)”라며 “함께 은신처에 있던 막내아들 함자는 현장에서 탈출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미 당국은 애초 함자가 빈 라덴과 함께 사살됐다고 발표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1985년 빈 라덴과 결혼한 함자의 어머니 하이리아 사바르는 파키스탄 당국에 “급습작전 이후 아들의 행방이 묘연하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함자는 아버지와 함께 두 번이나 알카에다 선전용 영상에 등장하면서 존재가 외부에 공개됐다. 2001년 9·11 테러 직후 공개된 영상에서 그는 형 무함마드의 결혼식에 전투복을 입고 등장, “미국이 아버지를 추적할 경우 미국인들이 엄청난 비극을 겪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시를 읊었다. 2005년 ‘와지리스탄의 무자헤딘(이슬람 전사)’이라는 선전용 영상에서는 자동소총을 들고 등장, 파키스탄 경찰을 상대로 한 전투에 참가한 것으로 소개됐다고 CBS방송은 전했다.



 그는 빈 라덴의 총애받는 아들이자 가장 믿음직한 심복이었다. 어릴 때부터 각종 무기와 폭발물 취급법은 물론 군사전략을 교육받는 등 지하드(聖戰) 전사로 길러졌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이미 굵직한 테러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 2005년 7월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지하철역 동시다발 테러(52명 사망)에서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서방 정보기관에서 파악하고 있다. 2008년에는 런던 지하철테러 3주년을 기념해 이슬람 극단주의 웹사이트에 등장, 미국·영국·프랑스·덴마크의 ‘궤멸’을 주창하는 시를 낭독했다. 2007년 자살특공대를 조직해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의 암살에도 관여했다고 한다.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함자가 빈 라덴에 의해 알카에다의 차세대 후계자로 양성되고 있었다”며 “그의 탈출로 서방 정보기관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빈 라덴의 장남 오마르 빈 오사마 빈 라덴은 이날 “아버지의 시신을 바다에 수장한 것은 유족의 품위를 손상하고 모욕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미국의 이슬람권 웹사이트 감시기구인 SITE에 따르면 오마르는 전날 형제들을 대표한다며 발표한 성명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비폭력주의자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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