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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찰견 알버트 ‘견생역전’

중앙일보 2011.05.12 01:02 종합 22면 지면보기



“45kg 위험한 개” 동네 기피 대상
밤 9시부터 새벽까지 밤길 지켜
청소년 범죄 ‘0’ … 동네 명물로



알버트와 주인 이인재(44)씨. [변선구 기자]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애견용품점 ‘알버트상사’ 앞. 사람 허벅지까지 오는 키에 45kg이나 나가는 개 알버트가 엎드려 있었다. 알버트는 자신을 쓰다듬는 동네 꼬마들에게 연방 꼬리를 흔들었다.



 하지만 알버트는 지난 5일 밤 ‘무서운 순찰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주인 이인재(44)씨와 함께 인근 공원에서 수상한 10대 청소년 5명을 경찰에 인계한 것이다. “알, 지켜!” “컹컹!” 알버트가 나서자 겁먹은 윤모(16)군 등은 도망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경찰 조사 결과 윤군 등은 지난달 말부터 최근까지 강남구 일대 편의점 7곳에서 현금 10만원을 훔친 것으로 나타났다.



 10살배기 수컷 말리노이즈 종(種)인 알버트는 일원파출소 명예 순찰견이다. 일주일에 4~5일은 개 조련사 1급 자격증을 지닌 주인 이씨와 파출소 관내 공원 18곳을 오후 9시부터 오전 1~2시까지 순찰한다. 벌써 1년째다.



 이씨와 알버트가 ‘동네 지킴이’로 나서게 된 것은 주민들의 민원 때문이었다. 지난해 2월 이씨가 일원동으로 이사한 뒤 “위험한 개가 있다” “무서워 공원에 못 다니겠다”는 신고가 파출소에 10차례 넘게 쏟아진 것이다.



이씨는 파출소를 찾아가 “전국 개 훈련대회에서 2001년부터 3년 연속 우승한 개다. 사람을 절대 해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김태완(48) 일원파출소장이 이들에게 명예 경찰관 활동을 제안했고, 이후 폭력·흡연 등 관내 청소년 범죄가 크게 줄었다. 김 소장은 “2009년 15건이던 공원 청소년 범죄신고 건수가 지난해는 한 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제 알버트는 주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동네 명물이 됐다. 주민 박정순(67·여)씨는 알버트를 쓰다듬으며 “알버트가 보고 싶어 일부러 길을 돌아 이쪽으로 다닌다”고 했다. 온라인에는 ‘알버트 사랑’이라는 팬 카페도 개설됐다.



 이씨와 알버트에겐 올 들어 새로운 임무가 생겼다. 지난 1월 강남구 명예 학교보안관에 위촉된 것이다. 매주 금요일이면 인근 초등학교 2~3곳을 돌며 학교 안전을 지키고 있다.



글=심새롬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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