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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답사 때 만난 숨은 고수들 이야깁니다”

중앙일보 2011.05.12 00:26 종합 32면 지면보기



월간중앙 연재 글 묶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제6권 펴낸 유홍준 교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제6권 ‘인생도처유상수’를 들고 돌아온 유홍준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가 11일 열린 출간 간담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홍준(62·명지대·전 문화재청장)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한국 출판사에 한 획을 그은 책이다. 1990년대 전국에 답사 열풍을 일으켰다. ‘아는 만큼 보인다’를 내세우며 한국 인문학 시장의 지평을 넓혔다.



유 교수가 시리즈 제6권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를 들고 돌아왔다. 『나의 북한문화유산답사기』를 낸 지 10년 만이다. 2009년 10월호부터 월간중앙에 연재해온 글을 모았다. 유 교수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시즌 2의 첫째 권”이라고 표현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1993년 출간된 제1권 ‘남도답사 일번지’가 120만 부 판매된 것을 비롯해 제5권까지 모두 260만 부 가량 나갔다. 11일 만난 유씨는 “그 동안 문화유산답사기를 더 쓰고 싶었지만 『한국 미술사 강의』를 출간하고, 문화재청장을 지내느라 미뤄왔다”며 “이번 책에는 문화재청장으로 관여할 수밖에 없었던 경복궁, 내 집처럼 찾아간 선암사(전남 순천), 제2의 고향이 된 부여 등 인연 깊은 곳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담았다”고 했다.



 - 부제가 ‘인생도처유상수’다.



 “옛 시구 ‘인간도처유청산’(人間到處有靑山)를 살짝 바꾼 말이다. ‘인간도처유청산’은 ‘인간이 이르는 곳마다 청산일세’라는 뜻인데, ‘인생도처유상수’는 ‘이르는 곳마다 고수들이 있다’는 의미다. 답사를 다니며 깨달은 게 세상이 알아주든, 모르든 묵묵히 문화예술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숨은 고수들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 이 책을 보면 경복궁의 비중이 크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 자금성과 경복궁의 규모를 비교하며 자기비하 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화가 났다. 그것은 스케일에 대한 열등의식이다. 경복궁에는 자금성에서 볼 수 없는 미학과 매력과 자랑이 있다.”



 유씨는 책에서 “우리나라 건축의 중요한 특징은 자연과의 어울림이다. 주변의 경관을 자신의 경관으로 끌어안는 차경(借景)의 미학을 경복궁처럼 훌륭히 이뤄낸 건축은 세계에서 드물다”고 적었다.



 - 문화재청장을 지낸 경험이 영향을 미쳤나.



 “전에는 문화재 관리가 맘에 안 들면 ‘왜 이 모양이냐’고 써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직접 일해보니 왜 이런지, 개선책은 무엇인지까지 설명하게 되더라. 이번에는 문화재청장으로서 추진했던 것, 하고 싶었지만 못한 것 등의 경험을 자세히 밝혔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나의 공무원 답사기’이기도 하다.” (웃음)



 - 문화유산에 대한 이해가 아쉬울 때도 있나.



 “전통 목조건축을 보존하려면 출입금지가 최선이라고 여기는 강박관념이 문제다. 목조건축을 보존하려면 사람을 막을 게 아니라 그곳에 사람을 머물게 해야 한다. 활용이 보존에 더 좋은 방법일 수도 있다.”



 출판사 창비 측은 이번 6권 출간과 함께 이전에 나온 다섯 권을 모두 개정해 6권의 전집으로 묶었다.



유씨는 “다음 답사기는 제주편이 될 것”이라며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를 보니 시즌3은 억지더라. 내 ‘시즌 2’는 1편보다 2편이 더 재미있는 영화 ‘부시맨’이나 ‘영웅본색’ 같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달변의 문화유산 해설사 면모가 여전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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