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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설(世說)] 전문대학을 대학교 만들어선 경쟁력 없다

중앙일보 2011.05.12 00:24 종합 33면 지면보기






서승직
인하대 교수·건축공학과




한국에서 교육은 오로지 대학으로 통하고 있다. 이런 만연된 교육정서에 편승해 분별없이 설립된 대학의 난립으로 학력 인플레는 물론 대졸 실업자만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대학과 대학생이 넘치는 판국에 전문대학이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학교의 장(長)인 학장이 총장으로 바뀐 데 이어 대학의 명칭도 대학교로 바뀐 것이다. 사실상 4년제 대학이 146개교 더 늘어난 셈이다. 이는 겉으로는 학벌보다는 실력이 우선하는 공정한 사회를 외치지만 학벌을 더 중시하고 있는 교육정책의 실상이다. 전문계고가 직업교육의 완성학교가 되지 못하고 연계 교육기관으로 전락한 것도 학벌을 중시하는 교육정책으로 인한 대학의 난립 때문이라는 교육현장의 목소리는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난립하는 대학을 정비해야 하는 판에 ‘대학’을 ‘대학교’로 바꾸고 수업 연한을 늘려야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좋은 나무가 좋은 열매를 맺는다. 나무가 본질이면 열매는 현상에 불과하다. 현상은 포장에 불과하며 본질의 강점을 키우는 경쟁력이 아니다. 전문대학은 단기대학으로서 강점을 갖는 본질의 역량 강화에 역점을 둬야 한다. 실무경험이 없는 심화과정 입학 허가는 수업 연한만을 늘린 것에 불과하다.



 이제라도 대학들은 현상의 변화만을 모색하지 말고 본질에 충실한 개혁으로 경쟁력을 키우는 대학의 백년대계를 모색해야 한다. 한국에는 세칭 일류대학도 있고 교과부 평가 최우수대학도 즐비하게 생겨났다. 그러나 세계대학 평가가 말해 주듯 아직도 내세울 만한 글로벌 대학이 없다. 한국은 실력보다는 학벌을 중시하는 교육정서로 인해 잠재된 국가경쟁력이 경제성장의 동력이 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대학들은 언 발에 오줌 누는 식의 원칙 없는 교육정책으로 중병에 빠져 있다. 난립하는 대학을 대학답게 정비하고 설립 취지에서 벗어난 대학의 변질을 바로잡아야 할 상황에 전문대학의 포장만의 변신은 대학의 백년대계를 세우는 교육정책으로는 볼 수 없다. 대학의 경쟁력은 포장이 아닌 본질의 개혁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대학생 수도 획기적으로 줄이고 공부하기 힘든 대학을 만들어 제대로 된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지금처럼 실력을 경시하고 간판을 중시하는 교육정책으로는 21세기 지식기반사회를 이끌 선진국이 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서승직 인하대 교수·건축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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