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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지능형 전력망’에 사업기회 있다

중앙일보 2011.05.12 00:23 경제 8면 지면보기






손양훈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에너지 가격이 급등할 때 마땅한 수단이 별로 없다. 수입국으로서는 에너지를 아끼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우리가 녹색성장을 국가적 화두로 삼고 추진하는 이유도 그것이다.



 녹색성장을 추진하는 데는 기술발전이 중요하다. 신재생에너지와 2차전지, 그리고 전기자동차로 대표되는 새로운 공급측 및 수요측 자원이 중요한 수단이 된다. 스마트그리드라고 일컫는 지능형 전력망은 이들을 결합해 만드는 새로운 통합적 솔루션이다.



 우리 사회는 지능형 전력망 사업이 소개된 이후 폭발적인 관심을 보인 바 있다. 지능형 전력망은 장기 성장동력이라 할 만한 초대형 프로젝트다. 이를 구성하는 데는 표준을 먼저 설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이를 위한 테스트베드로 아주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 있다. 그 근거로는 무엇보다 밀집된 아파트 위주의 주거형태를 들고 있다. 이는 인터넷 통신망을 보급하는 데 가장 유리한 조건이었다. 이번에도 낮은 비용으로 인프라를 구성할 수 있는 장점이다. 또한 반도체·전기전자·화학·자동차 등의 주요 산업이 골고루 갖춰져 있다.



 지난겨울에는 주요20개국(G20) 행사와 동반해 제주도의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종합홍보관과 체험관을 개관하고 공개했다. 세계 각국의 관심을 모으며 진행되었던 사업은 비교적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평가하는 듯하다. 한국 특유의 빠른 사업 추진력을 보여주었고, 스마트그리드 사업의 규모와 전제조건들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는 계기였다.



 하지만 지능형 전력망 사업이 장기적으로 제자리를 잡으려면 일시적인 관심이나 집중만으로는 부족하다. 꾸준한 투자와 기술개발, 그리고 제반 제도적인 장치가 바뀌어야 새로운 시스템으로 진화할 수 있다. 많은 기업의 기대와 달리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발전하고 제도적 기반을 만들어 내기보다는 기존의 틀 속에서 정체된 현상을 보이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후속적인 조처나 제도적 기반이 만들어지지 않아 참여기업들도 이 사업을 회의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전력시장에서 국가 소유의 공기업이 독점하는 현재의 구조하에서는 제도의 혁신이 일어나고 새로운 기술이 진입하기 위한 조건이 충족돼 가고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지능형 전력망의 구축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능형 전력망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법·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스마트그리드를 종합적·체계적·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앞으로 국가 차원에서 지능형 전력망 기본계획을 수립할 수 있으며, 보급촉진을 위한 거점지구를 지정하거나 에너지 정보를 수집·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소비자는 실시간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확인해 에너지를 절약하고, 새로운 서비스 산업이 창출될 수 있는 제도적 여건 또한 조성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체계적인 산업육성을 위해 필요한 ‘산업진흥 지원기관의 지정’에 대한 근거도 마련되었다. 이 법은 또 사이버 테러, 정보유출 등 미래의 잠재적 피해에 대비해 지능형 전력망과 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장기적으론 지능형 전력망 사업이 한 단계 진화하기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손양훈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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